남을 죽이고 자기도 죽는 유형은 여러 가지다. 비행기를 몰고 가 빌딩을 들이받아 수천 명을 죽인 9/11 테러나 동료 학생 수십 명을 죽이고 자기도 죽은 컬럼바인이나 버지니아텍 사건도 크게 보면 살인-자살 사건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 유형 중 가장 흔한 것은 원한에 사무쳐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죽이고 자기도 죽는 경우다. 통계를 보면 미국의 경우 매년 보통 1,200명 정도가 살인-자살 사건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데 이중 50~75%가 남녀 관계로 인한 것이다.
그 유형을 보면 별거중인 아내와 그 아내의 어린 자녀를 죽이고 자살한 남성, 어린 딸을 죽이고 자살한 이혼녀,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모를 죽이고 자살한 남자, 장모를 죽이고 자살한 남자 등 다양하다. 아동 살해의 절반은 부모에 의해 저질러지는데 이를 저지른 어머니의 16~29%가, 아버지는 40~60%가 자살한다.
그러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남자가 아내나 여자친구를 죽이고 목숨을 끊는 경우로 이것이 전체 케이스의 94%에 이른다. 아내를 죽인 남성은 19~26%가 목숨을 끊는 반면 남편을 죽인 아내는 3%만 자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나 아내의 연인을 죽인 남성의 경우 대부분 여자가 헤어지자고 하는 바람에 격분해 일을 저지르며 별거가 살인-자살을 촉발한 케이스가 57%에 달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경우의 살인-자살 사건에 총기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요즘 LA 한인 사회에도 남을 죽이고 자기도 죽는 살인-자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한인 여성이 남편을 총으로 쏴 죽이고 자살한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이번에는 한인 남성이 아내와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의심한 한인 남성을 죽이고 목숨을 끊었다. 한인 사회의 경우 남자가 여자를 죽이고 죽는 것이 대부분인 미국 살인-자살 사건과는 약간 유형을 달리한 것이 특이하다.
한국에서는 요즘도 간혹 자녀 동반 자살 사건 기사가 나오지만 미국처럼 부부가 서로 죽고 죽이는 경우는 드물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총이 없기 때문이다. 욱하는 기질이 많은 한국 사람 손에 총이 쥐어지면 비극적인 사건이 빈발할 것이다.
남의 목숨을 뺏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자기도 생을 마감하기까지는 남에게 털어놓지 못할 심각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상대방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직접 총을 들고 달려가 이를 해결하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범죄이다. 자기 목숨을 끊는 것으로 대가를 치렀다는 사고방식도 사라져야 한다.
살다 보면 별별 일이 일어난다. 당시에는 못 견딜 것처럼 느껴지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참을 수 있게 되고 때로는 잊혀지기도 한다. 당장 분하더라도 모두가 조금만 참으면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한인 사회에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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