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정상담소 부설 대안학교 ‘호프 커뮤니티 스쿨’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마크 황씨. 오른쪽 팔에 새겨진 문신은 역시 대안학교 졸업생인 그의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다.
“한땐 문제아였지만 이제는 나누는 삶”
갱 활동 퇴학 밥먹듯 젊음의집 대안학교서
수잔 이 소장 만나며 인생의 ‘터닝 포인트’
‘호프 커뮤니티 스쿨’서 상담역 등 맡아 보람
자상해 보이지도 않고, 여성도 아니고,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다.
다시 말해 갱단원 출신인 20대 후반의 건장한 청년 마크 황(28)씨는 자원봉사자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런 황씨가 자원봉사 생활을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솔직히 수잔 때문이에요.” 수잔은 OC 한미가정상담소 수잔 이 소장을 지칭한다. “수잔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으니까요.”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1990년대 중반 혈기왕성했던 황씨는 간단히 말해 문제아였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나쁜 일은 다했다. 10대의 나이에 감옥도 여러 번 갔다 왔다. 당연히 퇴학, 퇴학, 퇴학… 그런 그를 받아주는 학교는 아무 곳도 없었다.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제발 고등학교만이라도 졸업하라’는 부모님의 간청에 못 이겨 찾아간 곳이 젊음의 집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 ‘그린 패스처스 아카데미’였다. 거기서 자원봉사자 선생님 수잔 이씨와 문제 학생 마크 황군은 처음 만났다.
그린 패스처스에 등록한 뒤에도 그의 생활은 평탄치 않았다. 다시 갱 친구들과 어울려 범죄를 저질렀고, 영주권자였던 그는 결국 한국으로 추방됐다. 18세의 나이. 부모님과 강제로 떨어져 한국의 이모 집에서 1년 동안 생활한 것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아버지가 고용한 변호사 덕분에 미국에 재입국하게 된 황군은 다시 수잔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1997년 마침내 졸업장을 손에 넣었다. 황씨는 UCLA를 졸업한 재원인 “수잔 선생님은 분명 나와 달랐지만 나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줬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그가 없었다면 졸업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후 뉴포트비치 프fot 칼리지에 진학해 컴퓨터를 전공한 황씨는 2002년 학사모까지 썼다. 대학 졸업 후에는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었지만 감옥을 들락날락한 ‘빨간 줄’ 때문에 갈 곳이 없었다. 결국 롱비치에서 리커를 운영하는 부모님을 5년째 도우며 일을 배우고 있다.
주일이면 풀러튼 뉴송 처치에 출석하는 평범한 1.5세 청년이 된 그는 올 초 ‘기회가 되면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이웃을 위해 나누는 자원봉사자의 삶을 살아라’는 목사님의 설교를 들은 뒤 이제는 한미가정상담소 소장이 된 수잔 이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2월부터 한미가정상담소 부설 대안학교인 ‘호프 커뮤니티 스쿨’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리커 일을 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 매주 10시간은 학교 웹사이트 관리, 상담소 행사 때 비디오 촬영, 학생들 상담 같은 다양한 일을 돕는데 사용하고 있다.
화려했던(?) 과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상담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내가 저랬다는 것이 믿기 어렵지만, 그들을 이해할 수 있어 쉽고 기분 좋게 학생을 만난다”는 황씨는 학생들에게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 지금 내가 하는 일 하나 때문에 미래가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 한다.
황씨가 처음 가정상담소에서 수잔 선생님을 도와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깜짝 놀란 뒤 웃었다. 신문을 통해 자신의 안 좋았던 10대 생활을 공개하는 게 자신은 괜찮지만 “부모님에게 누가 될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한 황씨는 자신과 같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자녀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현명해 집니다. 너무 강요하지 마세요. 자원봉사자 수잔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자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세요.”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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