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의 김구환옹이 본보를 읽고 있다.
신문읽고 골프도 즐긴다
깨알같은 글자도
고령불구 술술 읽어
8남매 미국 거주
큰 아들 나이 77세
김구환옹은 SD 한미노인회 회원 중 최고령이다. 김옹은 1910년 3월7일 생으로 2년9개월 후면 100세가 된다.
최근 김옹은 김달술 전 노인회장을 통해 본보를 구독 신청했다. 노인회에서 김옹의 신문 구독이 화제가 된 것이다. 고령의 나이에 그 깨알 같은 글자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옹은 그동안 신문은 일절 보지 않았다. 속상한 일이 많이 보도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옹은 “고국 소식이 궁금해서 구독했는데 아직도 좋지 않은 소식이 많아요”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그래도 고국 소식에 애정이 가는 모양이다.
김옹의 큰 아들은 6ㆍ25 참전동지회장 김기홍 박사다. 김 박사가 1930년생으로 김옹과 20세 차이에 불과, ‘같이 늙어가는’ 처지다. 17세에 결혼해 3년 후에 김 박사를 얻은 것이다. 김옹의 자녀는 5남4녀였으나 그 중 한 딸이 폐렴으로 숨져 현재 8남매가 모두 미국에서 살고 있다. 자손은 증손까지 모두 50명 정도.
82년 할머니를 사별한 김옹은 페냐스퀴토스 지역의 노인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아파트 벽면은 온통 하나님의 말씀과 성화로 장식되어 교회 같은 느낌이다. 조그만 책상에는 성경 두 권과 관련 책들이 놓여 있다.
김옹은 SD 한인연합감리교회 원로장로다. 한국에서부터 예수를 믿기 시작, 30년 가까이 신앙생활을 해오고 있다.
다시 태어나면 어떤 삶을 살겠느냐는 질문에 “목사가 돼 죽어가는 영혼을 예수님께 더 많이 인도하겠다”라고 답한다. 100세에 가까워가면서 지난 인생을 요약해 본다. “세상 것 아무 것도 아니야. 시기 질투 등 좋지 않은 것이 많아. 예수를 빼면 다 쓸데없는 거지”라며 간단히 말한다.
날마다 구약과 신약을 균형 있게 읽고 기도하며 앞으로 갈 거처인 하늘나라를 생각한다. 김 옹은 100세까지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나님이 부르는 날까지 주변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건강하게만 살고 싶다. “지금까지는 덤으로 살고 있는데 무슨 욕심을 내겠나”고 한다.
최근까지 장남 김 박사와 골프를 칠 정도로 건강하다. 혈색도 좋아 보인다. 식사도 밥, 빵, 국수 등 메뉴가 다양하다. 최근 마켓에서 순두부를 사서 요리할 정도로 일상을 잘 챙긴다.
살아온 여정 중 가장 큰 기쁨과 슬픔에 대해 “난 그런 것 잘 몰라. 자식들이 다 잘 믿고 남에게 폐 안 끼치고 사니 그것이 기쁠 뿐이지. 가슴 아픈 것은 딸 하나가 시집도 못가고 하늘나라에 먼저 간 것이지”
자녀들과 가끔 외식하는 것이 즐거움이라는 김옹은 “최근 아버지날이라고 넷째 아들 기용씨 집에서 식사한 것이 좋았다”고 미소 짓는다.
효자로 소문난 김 박사는 “인자하시며 한학과 신식 학문을 두루 하신 훌륭하신 아버님“이라고 말한다. 가끔 산책길에 김옹에게 문안 인사를 드린다는 김달술 전 노인회장은 “새해가 되면 꼭 노인회비와 한인회비를 우편으로 부치시는 올바른 분이며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본받을 점이 많다”고 평가한다.
김옹이 태어난 1910년은 한국 역사가 암울했다. 순종이 대한제국을 일본에 넘겨야만 했던 경술년 국치의 해다.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과 테레사 수녀가 태어났고 안중근 의사가 사망한 해이기도 하다.
〈문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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