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남부 한인상권의 쇠퇴 원인
1970년대와 80년대에 최고 전성기를 이뤘던 시카고 남부 한인상권이 1990년대부터 하향길로 접어들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 확연한 쇠퇴 기로에 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광정 전 웨스턴 일리노이대 교수는 세 가지 원인을 들고 있다. 먼저 시카고를 비롯해 미 전역에 새로 유입되는 한인 이민자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그렇게 유입되는 한인들도 흑인 동네에서 비즈니스를 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흑인들의 소득이 줄면서 시카고 남부의 시장성은 줄어든 반면에 백인과 아랍계 상인들의 진출로 판매 경쟁은 더 심해져 비즈니스 수익성은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한인들이 한국으로부터 싼 가격에 독점적으로 들여오던 가발 같은 미용재료나 잡화 물건이 이제는 중국처럼 인건비가 더 낮은 국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므로 한인 도·소매상들이 갖고 있던 유리한 조건이 사라진 것이다.
■ 한인 이민자수 감소로 창업자 줄어
1990년대에 들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들의 숫자는 1만5,0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카고로 오는 사람이나 또 그중에서 남부에서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예전에 비해 적어졌다. 또한 한국의 소득과 문화 수준이 향상돼, 미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들이 초기 자본으로 갖고 있는 돈이 많아졌다.
이들은 비즈니스를 하는데 위험이 높은 남부의 흑인 지역에서 굳이 장사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 남부에 정착한 이민 1세 한인 상인들은 매년 벌어들이는 수입이 적어지더라도 이제 은퇴할 나이에 다다라서 점차 사업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시카고 남부 한인상권은 점점 더 그 규모가 적어지고 있다.
■ 흑인 마켓은 시장성 낮고 경쟁 심해
흑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환경이 점차 악화돼 상인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현실이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비해 지금은 흑인 저소득자들에 대한 복지 수당이 많이 줄어들다 보니 그들이 이것저것 사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 전반적인 흑인들의 소득은 감소했지만 그들의 소비 패턴은 바뀌었다. 많은 흑인들이 셀폰과 자가용을 갖고 있으며 이들은 이제 보다 좋은 제품을 보다 싸게 구입하기 위해 차를 몰고 샤핑을 즐기고 있다.
예전 한인들에 상권을 내주고 흑인 동네를 떠났던 백인들은 월그린 같은 대형 체인점이나 작지만 깨끗하고 세련된 상점을 통해 다시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파키스탄이나 아랍 상인들의 시장 진입도 한인 상인들에게는 큰 장애물이다.
■ 한국제품 가격경쟁력 쇠퇴
한인들이 흑인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가발 같은 미용재료나 액세서리, 옷, 신발처럼 한국이 70, 80년대에 주력 상품으로 미국에 수출하던 제품들을 독점적으로 싼 가격에 가져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런 섬유, 잡화 제품은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얼마나 단가가 싸냐가 판매 경쟁력의 관건인데 한국은 이미 경공업에서 중공업과 서비스업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런 제품들을 싸게 수출하지 않는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이제는 메이드 인 차이나나 베트남이 된 지 오래고 한인 도소매상들은 한국산 염가 제품을 통한 수익 증대라는 이점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며 흑인 지역에서의 비즈니스를 점차 접고 있는 것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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