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헌법재판소의 ‘재외국민 선거권 제한 헌법 불합치’ 판결에 대해 워싱턴 지역 한인들은 “환영할 일이지만 아직 큰 의미를 부여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평가를 보류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판결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재외 국민’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은 데다 실제 선거권을 행사하기까지 유권자 등록 절차, 관련 비용 마련 등 처리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 이와 함께 “해외 동포 입장에서 한국 정치에 참여하는 게 오히려 국내 실정을 왜곡하고 혼란을 주게 되지는 않을지, 또 얼마나 많은 해외동포들이 참정권에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태도도 나타냈다.
우선 백인석 북버지니아한인회장은 “과거에 실시되다가 군사독재 시절인 70년대에 종료된 법이었으니 원상복귀된 셈”이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백 회장은 “납세의무는 지키지 못하지만 해외 동포들이 국내에 송금하는 외화를 따지면 그 이상의 기여를 한다”며 “해외에 나오면 애국심이 커지기 마련인데 참정권까지 주어지면 더욱 관심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인탁 변호사는 “주재원이나 유학생, 이라크 파병 군인 등 선거권이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사람들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민자는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시행령 제정 등 아직 넘어야할 많은 산들을 어떻게 극복할지 모르겠다”며 “그런 면에서 실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직자 선거법은 부재자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유권자를 국내로만 제한하고 있어 해외에서는 투표가 불가능하다.
1999년 재외국민 선거권 제한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던 헌재가 이번에는 반대되는 결정을 한 것은 17대 대선과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논리에 또 해외 동포들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종준 변호사는 “한국 상황을 잘 모르는 해외 한인들이 일일이 선거에 참여한다고 얼마나 국익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내국인 조차 투표율이 낮은 상황에서 해외 한인들의 선거 참여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또 “해외 한인들을 자꾸 국내에 관심 갖도록 하는 것은 세계화에 대한 역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시민권자 자녀를 군대에 보내려고 하는 악법부터 먼저 없애라”며 “실익은 없고 명분만 있는 법으로 해외동포들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세권 미주한인재단 워싱턴 회장도 “해외 동포들의 역량을 활용해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면 한인들이 현지에서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주장을 폈다. 정 회장은 “선거권이 납세나 국방의무이 반대급부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헌재의 해석은 맞지만 모든 국민이 그 의무를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동포들만 특혜를 받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미국 시민으로 살아가면서도 얼마든지 한국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