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며 스테이플스 센터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공연 취소됐다’며 돌아가는 거예요. 그렇다고 그냥 돌아갈 수도 없어서 공연장 입구까지 가 봤더니 정말 ‘취소됐다’는 사인이 커다랗게 붙어있더군요. 무슨 이런 일이 있는지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가수 ‘비’의 ‘왕 팬’이라는 한 남학생은 며칠 지난 지금도 기분이 언짢다고 말한다. UC 계열 대학생인 그는 가수 비가 마침 방학 중에 LA에서 공연하는 게 반가워 손꼽아 기다렸는데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정말 화가 나더군요. 같이 갔던 여자 친구는 훌쩍훌쩍 울고… ”
지난 주말인 30일 ‘비’에 흠뻑 젖기를 기대했던 수천명이 단체로 바람을 맞으면서 공연 취소가 며칠째 화제가 되고 있다. 공연이 취소되면 한바탕 큰소리가 나고 몸싸움이 벌어지고 경찰이 출동하는 게 보통. 그런데 이날 스테이플스 센터 앞은 예상외로 조용했다는 것이 또 화젯거리이다.
남가주도 아니고 멀리 북가주, 더 멀리는 일본, 대만에서 와서 바람맞은 ‘비’ 팬들의 반응은 분노라기보다 안타까움. “공연을 못하게 된 비가 너무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공연장 앞에서는 많은 ‘왕 팬’들이 눈물을 흘리고, 공연장 안에서는 ‘비’가 울었다고 공연 관계자는 전했다.
며칠 지난 지금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공연 취소 배경. 이런 저런 설이 많다. 안전 규정 때문에 공연 장비를 쓸 수 없던 때문이라는 공식 발표, 그 외에 LA 프로모터의 자금난이 공연 불발을 몰고 왔다는 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에서는 전혀 다른 설이 나돌기도 한다. 티켓 판매가 저조해 고의적으로 펑크를 냈다는 설이다. 실제로 돈을 내고 산 유료 티켓의 양이 당초 예상과 달리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쳐 “공연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결론을 내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하지만 이런 추측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고 그 분야 전문가는 못을 박는다. 공연장에 무대를 설치하는 단계까지 갔다면 공연 하고 안하고를 결정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공연의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한가지 주목할 점은 ‘비’ 공연 하루 전날인 29일 스테이플스 센터에서는 농구경기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대형 장비들이 동원되는 공연의 무대설치를 그 하루 전에도 시작할 수 없었던 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실제로 무대설치 작업은 30일 새벽 2시부터 시작되었다. 아무 차질 없이 착착 진행돼도 저녁 8시 공연까지는 빠듯한 데 ‘안전규정’이라는 복병이 튀어나온 것이다.
주최 측이 전날의 농구경기 일정을 알고 있었는지 몰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알고 있는데 강행했어도 문제이고, 그런 일정조차 모르고 대관을 했다면 그 또한 문제이다. 공연 경험부족 한 기획사가 ‘젯밥’에만 눈이 어두워 준비도 철저히 하지 않은 채 너무 과도한 프로젝트를 시도한 것이 결국은 화근이었던 것 같다.
그날 바람 맞은 ‘비’ 팬들이 모두 코리아타운으로 몰려나와 한인타운 경기에는 일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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