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에 따라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여기는 숫자들이 다르다.
한국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좋아했던 숫자는 3이다. ‘삼세번’ ‘만세 삼창’, 그리고 내기에서도 ‘삼세판’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3을 좋아했다. 역술가들은 동양의 음양사상에서 ‘3’은 음양의 조화가 최고에 이르는 숫자로 완성의 상징이라고 풀이하는데 일반인들이 이런 심오한 철학적 이해 때문에 좋아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현재 좋아하는 행운의 숫자는 7인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한국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5%가 7을 가장 좋은 숫자로 꼽았다. 전통적 선호 숫자였던 3은 20%로 2위로 밀려났다. ‘러키세븐’이라고 해 7을 행운을 불러오는 숫자로 인식하고 있는 서양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인들은 8이라는 숫자에 목을 맨다. 8은 중국어 발음이 ‘파’(發)와 비슷해 ‘파차이’(發財), 즉 ‘돈을 벌다’는 뜻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이러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기의 전화번호나 운전면허증에 8자가 많이 들어갈 수 있다면 얼마든 돈을 쓸 용의가 있다고 말한다.
2007년 7월7일, 즉 내일은 서양인들이 행운의 숫자로 여기는 7이 3개나 겹치는 ‘트리플 세븐 데이’다. 이날을 맞아 예년보다 훨씬 많은 젊은 커플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카지노로 ‘행운 사냥’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업소들은 ‘트리플 세븐 데이’ 마케팅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한인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개업일을 이날에 맞추는 업소들이 있는가 하면 결혼식 시간을 아예 7월7일 저녁 7시로 정한 커플들도 있다. 한국에서는 아이에게 좋은 생일 물려주기 위해 예정일을 이날에 맞추고 있는 산모들도 많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7이라는 숫자가 꼭 행운을 가져다주지 만은 않는 것 같다.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나섰다가 아쉽게 고배를 마신 강원도 평창은 7과 인연이 깊은 고장이다. 평창은 인간의 몸에 가장 적합하다는 해발 700미터 지역이 60%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 점을 부각시켜 ‘해피 700’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거기다가 2014년의 숫자를 모두 합하면 7이 된다. 행운의 숫자 7이 군의 상징이었던 평창은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번에는 꼭 올림픽을 유치하게 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였는데 결국 분루를 삼켜야 했다.
7이 행운의 숫자로 받아 들여 진다면 ‘죽을 사’자와 발음이 같은 4는 한국인들이 흔히 불길하게 여기는 숫자이다. 그런데 올 44회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한 여배우는 “4가 나에게는 행운의 숫자”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가족이 4명이어서 평소 4자를 좋아했는데 44회 대종상에서 큰 상을 받은 후 그런 생각이 더욱 확고해 졌다고 말했다.
숫자가 행운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숫자와 행운의 연관성에 대한 믿음까지 버리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심리학에서는 믿는 대로 되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행운에 대한 확신을 갖고 생활하다 보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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