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싫다, 싫어”
여름방학이 오면 ‘생고생’의 악몽이 되살아나 걱정이 앞서는 한인가정들이 있다. 매년 여름방학마다 한국에서 서머캠프, 어학연수, 현장실습 등을 위해 뉴욕을 방문하는 친척이나 친구 자녀들을 돌봐야하는 대부분의 한인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바쁜 이민생활을 하는 한인가정들은 한국과는 달리 부부가 맞벌이를 하거나 비즈니스에 매달려야 하는 가정이 많기 때문에 매년 여름마다 한국에서 ‘무작정’ 태평양을 건너오는 친구들과 친지들의 뒷바라지를 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은 친구나 친지들에게 신세를 지는 것이 큰 결례가 아니지만 미국생활은 아무리 같은 핏줄이나 친한 친구, 친지라 할지라도 몇 주 동안 집에서 자녀들과 머무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현지 한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뉴저지 거주 이(35·여)모씨는 “한국에 사는 중학교 동창이 다음 주 아들과 함께 와 집에서 약 6주간 머무를 계획”이라며 “학창시절 때 워낙 친한 친구라 거절을 못했지만 걱정이 태산”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친구 아들의 서머캠프 등록에서부터 친구의 어학연수 프로그램까지 모두를 알아봐줘야 된다. 또 친구가 있는 동안 여기저기 운전을 해줘야 된다”며 “친구가 있는 동안 남편이 혼자 가게를 봐야 돼 남편과 더불어 본인 역시 벌써부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롱아일랜드 거주 박(33·여)모씨 역시 한국에서 언니와 조카들이 올 여름 미국으로 와 약 2달간 자신의 집에서 체류할 계획이다. 박씨는 “비록 우리가 한국 사람이긴 하지만 한국의 생활방식과 미국의 생활방식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며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기주의적인 얘기일수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아무리 친한 친구나 가족이라도 신세를 쉽게 지지 못하는 것이 삶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베이사이드에 살고 있는 성(38, 여)모씨도 “지난해 왔던 15세 조카가 올해도 현장학습과 어학연수를 하기위해 또 뉴욕에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국에 있는 오빠가 섭섭할까봐 거절하지 못하고 승낙은 했지만 벌써부터 걱정이다”며 “지난해 경험해보니 같은 핏줄이지만 친자식이 아닌 미성년자 조카와 함께 있는 것은 ‘모시고 있는 것’이지 ‘데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리틀넥에 거주하는 장(43, 남)모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남편 조카가 미국으로 조기유학 왔을 때 모든 가족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여자 아이라 밤늦게 들어오거나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는 혹시라도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원망을 들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었다. 짧은 시간 미국을 방문한다 하더라도 영어능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한국의 친척들이 미국에 거주하는 친척들에게 달랑 자신들의 자녀들만 보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국친척들이 미국에 자녀를 보내면 현지 한인들만 생고생이라고 전했다. <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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