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생필품과 자동차 개솔린까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인상 때문에 생활전선으로 내몰리는 한인 전업주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간 남편이 벌어다주는 월급으로 아이들 키우며 그리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살림을 꾸려오던 전업주부들이 남편 눈치, 시댁 눈총에 시달리며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 일거리를 찾아 나서는가 하면 아예 풀타임 직업을 구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뉴욕, 뉴저지를 비롯한 미주지역 기혼여성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 USA’에는 하루에도 수건씩 생활고에 지친 한인 여성들의 속풀이 마당이 이어지고 있다. “힘들게 키워놨더니 일도 안하고 살림만 하는 며느리 때문에 아들 등골만 휘어 애처롭다고 노래하는 시부모 때문에 미치겠다” “경제상황은 너무 힘들어지는데 전업주부라는 입장이 어정쩡해져 어서 직장을 잡고 싶다” “애들 입히고 싶은 옷도 못 입히고 장에 가도 먹고 싶은 것도 맘대로 사지 못할 정도의 처지가 된 것도 억울한데 시댁과 남편은 ‘궁상맞게 산다’고 핀잔하기 일쑤다”는 한탄 섞인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는 ‘전업주부’를 ‘기생충’에 비유하는 심한 표현까지 떠돌고 있고 살림만 하는 주부들이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아직 학생 신분이라는 한 주부는 “시댁과 남편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기 싫어서 공부하고 살림하며 학비까지 직접 벌어 충당하고 있건만 생활고가 지속되다보니 남편은 오히려 나보다 생활비까지 벌어오라며 다그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합법적으로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운 신분인 유학생 부부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심정을 밝히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합법 취업이 가능한 영주권 신분의 전업주부들은 주위에서 ‘영주권도 있는데 왜 아무 일도 안하느냐?’는 눈총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돈벌이를 해서 가정경제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일부는 아예 자녀계획을 미루는가 하면 생후 6개월 된 딸을 한국의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맞벌이에 나선 주부도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부동산 시장의 강세 덕분에 집장사로 ‘준 졸부’가 된 한인들이 많다보니 또래 부부들 사이에서 상대적 빈곤을 느끼게 만들어 맞벌이 부담이 더욱 늘어가고 있다는 것.
한 주부는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할 때면 신랑 친구나 회사 동료 부인들이 ‘무슨 일 하냐?’는 질문에 ‘그냥 집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왠지 창피해져 뭔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부들 사이에서조차 맞벌이에 살림하고 아이 키우며 남편 뒷바라지와 시부모 모시기까지 ‘수퍼 맘’의 역할을 감당하는 여성들을 보면 마냥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스스로 주눅이 든다는 의견이 많아 요즘 전업주부의 위치를 대변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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