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가 면제되면 우선 산술적으로 여행자들이 많아져 가장 득을 볼 업계처럼 여겨지는게 여행업계.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없었던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코볼 여행사의 김인숙 사장은 “덤핑 여행 패키지가 난무하는 동남아 관광 사태가 여기서도 벌어질 수 있다”며 “솔직히 여행업자들은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도 벌써 KAL이나 아시아나를 통해 패키지로 관광을 오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여행이 자유화가 되면 관광업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가격 덤핑은 보나마나 뻔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을 방문할 때 비행기표를 미국에서 사면 더 싸다는 것도 옛 말. 비자 면제로 더욱 극성스러워질 한국 여행업계의 판촉에 미국 여행업계가 잘 대응할 수 있을지 계산하느라 마음이 부산하다.
워싱턴한인무역협회의 최민환 부회장은 “두 나라간 왕래가 자유롭다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해도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거래를 트고 싶은데, 또는 여러 가지 정보를 얻고 싶은데 미국 출입이 까다로워 주저했던 많은 소규모 사업자들의 방문이 많아지지 않겠느냐는 예측이다. 최 부회장은 “꼭 사업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미국은 보고 배울 것이 많은 나라인 만큼 방문자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제적으로 중국을 왕래하며 보따리 장사 하는 사람이 현재 한국에 많은 것처럼 미국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80년대와 90년대 남미계 주민들이 좋은 예다.
일단의 여행객들을 이끌고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 여행사의 이 모 사장은 내년 비자면제 시행 소식을 듣고 “방문자가 두 배가 아니라 그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사장은 특히 증가된 여행객 가운데 단기 어학 연수나 교육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부모들의 자식 교육열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데다 잠시나마 영어를 미국 현지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면 왜 안오겠느냐는 것이다. 이 사장은 “주변에서 미국에 아이들을 맡아줄 좋은 학교 없느냐는 문의가 많다”며 “아이들을 위한 단기 영어 연수 및 관광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 올 겨울부터 실시해야 겠다”고 말했다.
전종준 변호사는 “명분을 무리하게 추구하다 실익을 찾지 못할까 우려된다”며 “오히려 불법 체류자가 줄 것이라는 전망도 근거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조기 유학 등으로 한국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은 불법 체류자가 21만명으로 순위가 여섯 번째.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으로 넘어온 사람을 더하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방문 비자를 받은 사람과 달리 무비자 입국으로는 절대 영주권 취득이 불가능함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IMF 때처럼 비자 거부율이 다시 급증해버리면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는 것. 전 변호사는 “무비자와 열린 이민정책이 필요하지만 시기가 문제”라며 “한국에 적극적 이민 의사가 없는 중산층이 많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