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다우존스 산업 지수는 4년래 최대 폭으로 폭락했다. 미 실업률은 4.5%로 낮은 편이고 GDP 성장률도 3%대로 나쁘지 않았는데도 이처럼 크게 떨어진 것은 전적으로 크레딧이 나쁜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올 상반기 동안 차압 절차에 들어간 미 주택 수는 57만3,000채로 작년에 비해 58%가 증가했다. 이대로 가면 연말까지 200만 채가 넘을 것 같다는 것이 리얼티 트랙사의 전망이다. 신용 평가 회사인 무디스는 올해 120만 채, 내년 130만 채의 주택 모기지가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질 것으로 추산했다.
주택 차압은 대개 불경기로 실업자가 늘어나거나 이혼이나 질병 등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일어난다. 불과 1년 사이에 이혼이나 병자가 급증한 것도 아니고 경기가 갑자기 나빠진 것도 아닌데 차압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이번 주택 경기 급랭의 특징이다. 이상한 변동 모기지로 다운 페이먼트 없이 무리하게 집을 샀다 이자율이 상향 조정되면서 갚지 못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형적인 버블 붕괴의 모습이다.
버블이 한창 부풀어 오를 때는 이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온갖 엉터리 이론이 등장한다. 그 중 하나가 미국 부동산은 이민자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에서 주택 차압이 가장 많은 곳은 가주, 애리조나, 뉴욕, 플로리다, 워싱턴 DC등이다. 이민자 때문에 괜찮다던 주택 경기가 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주일수록 나쁜 셈이다.
일례로 가주의 경우 올 2/4분기 차압 주택은 1만7,408채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99%나 증가했다. 이는 가주 부동산 경기가 최악이던 1996년 1만5,418채의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다.
남가주에서 제일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샌버나디노와 리버사이드로 가주 차압주택의 1/5이 이곳에 있다. 붐이 한창일 때 이곳은 인구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주택 구입자들이 몰려들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주택 단지가 들어섰었다. 이곳이 이제 빈집 단지로 바뀌고 있다.
이번 주택 차압 트렌드의 또 하나 특징은 많은 주택 소유주들이 차압 통지를 받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이를 막아보려 하기보다는 그냥 걸어 나온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최근 구입자 중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무리를 해서 집을 샀기 때문에 더 이 상 페이먼트를 할 여력이 없고 그나마 다운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기해도 잃어버릴 에퀴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급속히 차압 매물이 쌓이면서 주택 재고는 급증하고 있다. 2년 전 붐이 한창일 때 불과 3주 재고밖에 없던 인랜드 엠파이어 일대에는 지금 14개월의 재고가 남아 있다. 96년 최장 기록이 19개월이었으니까 상당히 근접해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것이 주택 차압 붐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데 있다. 주택 열기가 절정이던 2005~2006년 사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집을 샀고 그 대부분이 다운 페이먼트 없는 2년 고정 변동 모기지를 이용했다. 이 모기지 금리가 올해와 내년 상향조정되면 차압 매물은 홍수를 이룰 것이다.
지금까지 남가주 주택 경기의 유일한 희망적 조짐은 중간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고가 주택 시장의 활황으로 왜곡된 면이 크지만 이 또한 차압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경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미 최대 모기지 회사인 컨추리와이드는 모기지 연체가 최근 서브 프라임에서 크레딧이 좋은 프라임으로 퍼지고 있다며 주택 시장이 2009년께나 가야 회복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레딧이 좋아도 정상적으로는 집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세컨드 모기지를 얻어 다운 페이먼트를 했다 이를 갚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미 주택 경기가 쉽사리 좋아질 것 같지 않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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