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적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개명(改名) 신청이 한국에서 유행이라고 해 하는 말이다.
한국 대법원에 따르면 개명(改名) 신청자는 2003년 4만8,860명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해마다 늘어 2006년 현재 10만9,567명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불과 3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왜 이름을 바꾸려 드는가. 과거에는 남들이 듣기에도 민망한 이름이어서 바꾸는 게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가령 이름이 ‘김정일’이라든지 하는 경우처럼.
요즘은 그게 아니라는 거다. 이름을 바꾸면 운명도 바뀐다는 생각에서라는 것. 때문에 꽤 잘 나간다는 점집이니, 작명소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름은 소중하다. 평생 불리어지는 게 이름이고, 그 이름이 한 사람의 인격을 나타낼 수도 있어서다. 베이비가 태어났을 때 가급적 좋은 의미의 이름을 지으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이름이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지을까. 젊은 시절 교편을 잡았던 한 분의 이야기는 그와 반대의 경우가 적지 않더라는 것이다. 가난한 가정 출신 어린이 이름 중에 특히 부를 뜻하는 이름이 유독 많았다는 것이다. 천석, 만석. 용복 등.
부를 염원하는 이름이다. 실제의 삶은 그러나 정반대인 케이스가 너무 많더라는 게 이 분의 지적이다. 이름 하나로 다른 인간이 된다면 얼마나 세상 살기가 편하겠느냐는 한탄과 함께.
결국은 그 사람의 됨됨이가, 능력이 그 사람의 이름값을 정하더라는 게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이 분의 경험담이다.
처음에는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으로 이름을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 한국의 정당 사상 가장 긴 이름이다. 하여튼 좋아 보이는 개념에, 이미지는 죄다 가져다 붙이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 길어 작명자들조차 헷갈려 줄였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이름이 ‘대통합민주신당’이라고 한다. ‘미래창조’는 ‘미래를 창조하는’ 수식문구로 돌리고. 그 깃발아래 열린 우리당 탈당 의원 80명, 민주당 탈당 의원 5명,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모여들었다.
정당은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모인 단체다. 이 교과서 같은 원칙도 외면됐다. 오직 권력을 잡기 위해 헤쳐 모였다. 그리고 새로 간판을 내건 것이다. ‘미래창조를 위한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저질 코미디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그건 그렇고, 이 ‘대통합민주신당’을 뒤이을 정당 이름은 어떻게 지어질까. 그게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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