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 뒤에 펼쳐놓는 ‘일월오봉도’. 하늘과 땅 사이의 최고 자리에 앉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미국인 선생님들
우리 민화에 ‘홀딱’
9일 LA문화원
미국인 선생님들이 민화를 그린다. 파란 하늘에 빨강색으로 해도 그려 넣고, 하얀색으로 둥그런 보름달도 그린다. 봉우리가 다섯 개, 푸른 나무, 넘실대는 물… 임금님 병풍이라는 ‘일월오봉도’가 한 장 한 장 그려진다.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LA한국문화원(원장 김종율)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교육자 대상 한국역사·문화 여름세미나’ 중 민화강습 시간에 펼쳐지는 풍경이다.
성기순 한국민화협회 회장이 가르치는 민화 강습은 올해 4회째인 미국교사들의 한국체험 세미나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목 중 하나.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과 단순하고 재미있는 그림에 타인종 교사들이 반색을 한다고 한다.
“우리 민화는 색감이 독특해서 외국인들이 보자마자 홀딱 반합니다. 게다가 우리의 얼과 멋이 그대로 담겨있어 한국문화 알리기에 아주 좋은 강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기순 회장은 9일 두시간에 걸친 강의와 실습시간을 통해 우리 민화의 역사와 기원, 종류, 다른 나라 민화와의 차이점 등 십장생부터 고구려 사신도까지 가르친 후 직접 준비한 재료를 나눠주고 ‘일월오봉도’를 직접 그려보게 한다.
일월오봉도는 임금님 뒤에 펼치는 병풍으로서 음양오행을 담은 민화. “해와 달, 하늘과 땅, 남자(왕)와 여자(왕비)를 동시에 표현하다보니 해와 달이 동시에 떠있는 넌센스가 담겨 있는 것이 민화의 재미있는 점”이라고 설명한 성회장은 “자연 속에서 하나임을 강조하는 우리 민족의 자연관과 우주관이 가장 자연스럽게 표출된 예술”이라고 말했다.
UCI와 태프트 하이스쿨, 타자나 중학교 등지에서 타인종 학생들에게 가르친 바 있는 성회장은 “교사들을 가르치는 것이 개개인 한사람 가르치는 것보다 파급 효과가 훨씬 크다”고 특별한 보람을 전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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