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이건 아니다.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 요즘 LA 다운타운 업주들의 한숨이 깊다. 정부가 불법체류자 고용단속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나서는데,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들 종업원을 고용해 일하기에는 우선 그만큼 일감이 없다는 것이다.
“단속 없었던 때는 없었지요. 툭하면 노동청에서 나오고 이민국에서 나오고 했지만 그래도 경기가 잘 돌아갈 때는 버틸만 했어요. 지금은 렌트비 내기도 벅찹니다”- 봉제업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다운타운에서 단속은 익숙한 광경이다. 며칠마다 한 번씩 단속반이 들이닥치는데 가장 타겟이 되는 곳은 봉제공장 빌딩. 봉제업은 종업원을 많이 필요로 하는 데다 종업원 대다수가 불체자인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8~10층 빌딩이면 매 층마다 서너 개 봉제공장들이 입주해 있으니 전체로 보면 수십 개 공장. 각 공장마다 종업원들이 수십명씩 되니 전체 인원은 줄잡아 1,000명. 노동청이건 이민국이건 단속 건수 올리기에는 이보다 효율적인 곳이 없다.
워낙 단속이 잦다 보니 ‘단속반 떴다’ 하면 빌딩 내 종업원들은 모두 서로 셀폰으로 연락해서 비상계단으로 도망가고, 다음 날이면 다시 모여 일하는 게 다운타운의 일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단속을 더 강화하면 “불안해서 어디 일하겠느냐”고 업주들은 푸념이다.
하지만 업주들에게 단속반보다 더 무서운 대상은 따로 있다. 바로 중국이다. 값싼 노동력 찾아 의류업자들이 모두 중국으로 달려가서 일감이 남아나지를 않는다. 불체자 고용하고, 단속에 놀라는 일도 일감 없는 상황에 비하면 오히려 여유로운 처지. 자바시장 한 업주의 말이다.
“안감까지 다 넣은 3층 레이스 치마가 중국서 6달러에 들어와요. LA에서 이렇게 만들려면 바느질값만 개당 5달러이지요. 여기 원단 써서 여기 바느질로 만들면 30달러는 족히 들어요. 그러니 모두 중국에 가서 물건을 만들어 올 수밖에요”
그 여파가 원단업자, 봉제업자, 지퍼·벨트 같은 부속품 판매상 등에 줄줄이 미치고, 견디다 못해 문 닫는 업소들이 줄을 잇는다. 값싼 중국 상품 받아 파는 자바상들은 별 영향을 안 받을 것 같지만 업주들 말을 들어보면 그것도 아니다.
“자바시장 고객들은 대부분 히스패닉이에요. 그런데 공장들이 일이 없어서 문을 닫으니 그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일을 못하니 돈이 없어서 물건을 못 사지요. 요즘 옷가게들이 점심 때 되도록 개시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여파는 히스패닉 대상 첵캐싱 업소, 커피점 등 안 미치는 곳이 없다. 다운타운에서 커피점을 운영하는 한 한인업자는 보통 아침이면 150잔 팔았는데 요즘은 50잔으로 줄었다고 한다. 하루종일 두세 시간마다 와서 커피를 마시곤 하던 히스패닉들이 수입이 줄자 커피까지 덜 마시는 때문이다. “자바, 봉제업으로 돈 벌던 시절은 지난 것 같다”고 업주들은 입을 모은다. 남가주 한인 경제의 젖줄이던 다운타운이 심각한 변혁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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