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손의 사진 강의 25
요즘 한국어에 찍사라는 말이 있다.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이란 뜻이란다. 특히 행사 사진에 주제를 못잡으면 그냥 바쁘게 샷터를 클릭, 클릭하고 만다. 그만큼 행사 사진은 찍기가 어렵다. 주 행사와 군중을 함께 포함시킨 사진을 한장 찍고나면, 그 다음 사진 소재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관중과 행사를 연결 시키지 못하면, 포토 저널리즘에 어긋나는 사진을 찍을 수가 있다. 사진 1은 작년 새크라멘토에서 있은 순직 소방관 추모식이다. 소방관들과 가족, 일반 시민 및 정치인들이 모였던 이 행사에는 사진 1 처럼 입장식을 시작으로 참석자와 행사 주관자의 사진을 (사진 2) 찍으면 그 다음 소재를 찾기에 힘들다. 그러므로, 그 행사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한다. 주제되는 사진을 찍었으므로 이제 부제가 되는 사진을 찍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진 3은 행사 중 순직한 소방관의 미망인을 위로하는 장면이다. 사진 4는 한 미망인이 자신의 남편의 이름을 기념비에서 찾아 내는 장면이다. 이렇게 몇장의 사진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이것이 포토 저널리즘이다. 즉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찍어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찍사의 사진이 되는 것이다. 이 네장의 사진의 설명이 따로 없어도 한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다. 물론 더 많은 이야기를 위해 다른 사진도 첨부할 수 있겠다.
지난 토요일엔 오년만에 부활한 상항 한인회가 주최한 한국의 날 퍼레이드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나와 이 사진 저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특히 단상이 마련되지 않은 행사에다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흩어져 있어 연결시키기가 어려웠다. 이 경우는 참가자들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한다. 특히 이날엔 보도 사진 보다는 휴먼 드라마를 찍고 싶었다.
사진 5는 퍼레이드에서 성조기를 들고 가야하는 할머니가 행사 시작까지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니다. 사진 6은 한 흑인 참관자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사진 한 장에 한인, 흑인, 백인 모두를 상징할 수 있을 것 같아 찍었다. 사진 7은 태극기를 든 이방 어린이까지 한국과 연결시키는 것 같아 샷터를 눌렀다. 사진 8은 퍼레이드에 참석코자 온 몬트레이의 국방 어학원의 한국어반 학생들이다. 이 넉장의 사진으로 남녀노소, 흑백황인종들이 총 망라된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이 우리가 둥지를 틀은 제2의 고향이다. 우리는 지금 이런 곳에 살고 있다는 한 토막의 이야기이다.
한 장의 사진이 천마디를 말한다고 한다. 이 행사 사진을 많이 찍으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즉 찍사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각을 단순화 (simplify) 시켜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Simplify, simplify and simplify.
<폴 손, ktsf@paul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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