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서크 드 솔레이유 코르테오’가 잉글우드에 있는 포럼(The Forum)의 노랗고 파란 원형 텐트에서 개막했다. 몇 해 전부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아트 서커스다.
북미의 현대성과 유럽의 예술성이 조화를 이룬 캐나다 퀘벡에서 탄생한 서크 드 솔레이유는 곡예단이 펼치는 전통 서커스에 뮤지컬, 오페라, 연극, 영화 등 공연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를 과감하게 차용해 사양 산업이던 서커스를 캐나다 최대 문화산업으로 도약시켰다.
10월 14일까지 LA에서 장기 공연되는 ‘서크 드 솔레이유 코르테오’는 지상에서 난쟁이들이 공중묘기를 펼치고 하늘에는 천사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들이 외줄을 타고 날아다니며 막이 오른다.
패션쇼를 연상시키는 발레 연기, 오페라를 능가하는 연기자들의 가창력, 원격 조종되는 인공지능 로봇의 우스꽝스런 움직임, 풍선을 타고 관객들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난쟁이 등 2시간 30분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입장료가 고가(주차료도 22달러나 내야한다)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아트 서커스가 갖는 중독성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서크 드 솔레이유 관람객이 7,000만명을 넘어섰고, 2007년에만 1,0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공연을 보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길거리 곡예사’에 불과했던 창업자 리 랄리베르테는 거대 기업의 총수가 됐고, 경제인들 사이에 창조 경영의 모범 답안으로 꼽히는 기업이 됐다. 그야말로 서크 디 솔레이유의 발상 전환이 고객이 모르던 시장, 경쟁이 없는 새 시장을 창출하는 블루오션전략의 전형이 된 것이다.
길거리문화 비상의 예는 또 있다. 오는 10월 29일부터 MOCA 게펜 컨템포러리가 선보일 ‘다카시 무라카미’ 전시회이다. 수년 전 명품 핸드백 루이비통이 고집스레 고수해온 지루한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색색의 모노그램으로 치장한 ‘아이러브 모노그램’ 라인, 귀여운 체리가 박힌 ‘체리백’, 애니메 캐릭터 등이 등장했다. 일본의 거리패션을 도입한 결과다. 2003년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오타쿠 1세대’인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손잡고 일으킨 대대적인 변화로 폭발적인 반응과 전례 없는 인기를 끌었다. MOCA는 이번 무라카미 전시장에 루이비통 임시매장을 설치할 예정이라니 길거리문화와 고급문화도 종이 한 장 차이다.
예술이 부와 명성을 창출하는 시대, 프리미엄급 기업들이 아트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지 투자대상으로 미술작품을 구입하고 예술 인프라를 후원하던 소극적인 기업의 예술관이 아니다. 예술가의 작품을 디자인으로 도입하는 등 예술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대를 우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은선 / H매거진 차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