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 환경엔지니어>
“어느 날 밤 하늘에 별이 한 개도 없다면 제가 다 따간 줄 아세요. 사랑하는 사람 줄려고 다 따간 줄 아세요.” 재치 있는 철학적 소재로 한국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만화, 「광수 생각」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그런데 눈길을 확 끄는 게 맨 마지막 펀치라인이다. “공해(公害)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별을 죄다 따 갔습니다.”
대기오염에 찌들어 혼탁해진 밤 하늘에서 별을 볼 수 없는 현실을「광수 생각」은 엉뚱하게도 사랑 이야기로 풍자하고 있다. 기발한 착상이다. 젊은이들은 이론적인 설명보다 이런 접근방식이 훨씬 마음에 와 닿으리라. 사실 따지고 보면 공해 문제는 사랑 이야기다. 하나밖에 없는 나와 하나밖에 없는 지구 사이의 애틋한 연애 이야기가 아닌가!
사랑은 배려이다. 그런데 우리는 남들 앞에선 지구를 사랑한다고 큰소리치지만 뒤에선 내 편한 게 먼저다. 배려나 양보가 없다. 사랑은 참음이라고도 한다. 헌데 우리는 편할 욕구를 참지 못해 환경을 더럽히고도 그 결과엔 무관심하다. 자연에 끼친 상처는 곪아서 결국 가해자인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고 만다. 이게 자연의 법칙 아닌가?
주위를 돌아보면 이런 예가 흔하다. 편리를 위한 화학물질 만능주의가 좋은 예다. 가까운 우리 집부터 보자. 얼마 전부터 항균비누(anti-bacterial soap)가 인기다. 세련되고 예쁜 병에 담긴 물비누는 편리함과 강한 소독력 광고로 집집마다 세수비누를 밀쳐내고 있다. 요샌 치약, 식기세척제, 심지어 냄새제거 구두바닥 깔개에까지도 첨가되고 있다.
그런데 이 항균비누의 주성분이 트라이클로산(triclosan)이란 환경호르몬이다. 이는 우리 몸과 자연에 유익한 미생물마저도 분별없이 죽이고 있다. 또 사람의 면역체계를 교란시킨다. 그러나 편리함과 유행을 타고 너도나도 물비누를 써서 이젠 강이나 바다나 없는 데 없이 검출되고 있다.
부엌 고무장갑에 첨가되는 물질이 탈레이트(Phthalates)이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천처럼 부드럽게 만드는 속성 때문에 거의 모든 장난감이나 고무제품에 쓰이고 있다. 그런데 임산모와 태아에게 유해한 독성물질이다. 아직까진 미량이지만 이젠 지구 어디에서나 검출되는 소위 유비퀴터스한 공해물질이 되었다.
비스페놀A는 애초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인공 대체약으로 개발되었었다. 그런데 용도가 다양해져 요즘은 플라스틱의 내구성을 높이는 첨가제로 널리 쓰인다. 유아들의 젖병, 식기나 통조림 라이닝 등에 함유돼 있다. 이 해로운 환경호르몬도 지구 곳곳에 퍼져 있다.
그런가 하면 가축을 살찌우는 스테로이드, 피임약에 첨가된 에스트로겐, 병원에서 쓴 항암 치료제, 항우울증 약들이 하수처리장에서도 완전 제거되지 않은 채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현재까진 농도가 극소량이어서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폐해에 대해선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당연히 사람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호르몬과 의약품에 대한 환경청의 규제와 업체들의 오염 감소를 위한 각별한 노력이 급선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보통 사람들의 역할이다. 사랑은 절제 아닌가? 따라서 독성물질이 든 제품 사용을 절제하는 게 지구 사랑의 첫걸음이다. 비록 성능은 좀 떨어지더라도 독성물질을 덜 쓰는 것이다. 독한 세척제 대신 자연산인 베이킹 소다를 물에 풀어쓰면 어떨까? 윈덱스 대신 희석시킨 식초로 창문을 닦는 게 지구 사랑이다.
또 하나는 집에서 나온 독성 물질들을 시에서 지정한 장소에만 버리는 것이다. 헌 밧테리(중금속)나 형광등(수은), 페인트(솔벤트), 살충제(DDT) 등을 가정 유해 폐기물(Household Hazardous Waste) 전용 시설에 꼭 버려 재생도 하고 안전하게 폐기해야 된다. 비록 돈이 들고 불편하지만 규정법을 지키는 게 지구사랑이다. 사랑은 희생 아닌가! 내 편함이 죽어야 지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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