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깎이 주부 2명 갤러리 만들어 첫 전시회
늦깎이 아마추어 주부 화가들이 직접 갤러리를 만들어 꿈을 이뤘다.
이민생활의 힘든 와중에서 틈틈이 그림을 그리며 화가의 꿈을 키워온 김선희·공정애씨는 볼티모어 시내에 화랑을 만들고 자신들의 작품으로 첫 전시회를 갖는다.
오는 6일 문을 여는 볼티모어 미술관(Baltimore Gallery of Fine Art)은 김씨가 소질이 있으나 기회를 갖지 못한 화가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기 위해 그가 운영하는 세탁소옆 900평방 피트의 아담한 공간에 만들었다.
김선희씨(56)는 24년간 이민생활동안 틈틈이 그려온 그림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좋자 갤러리 설립을 구상하게 되고, 그의 세탁소 임대주이자 같은 건물에서 ‘나레타’일식당을 운영하는 유주완씨가 선뜻 장소를 제공했다.
1983년 미국에 온 김씨는 도미 7년만에 남편을 사별하고 두 자녀를 키우면서 생활이 힘들 때마다 그림으로 위안을 삼았다. 미국의 경치가 너무 좋아 “모두 그림”이었다며 “이제 애들이 장성해 여유가 생겼기에 오랜 꿈이었던 작품활동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닥치는 대로 그리다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는 김씨는 이번 전시회에 ‘물(Water)’을 주제로 한 유화 20여점을 출품한다. 경남 함양 출신인 그는 크고 작은 물이 많았던 고향생각을 하며 이너하버를 비롯 눈비 몰아치는 요크 로드 퇴근길, 해변의 석양 등을 화폭에 담아냈다.
김씨의 작품을 눈여겨 본 미술 애호가들이 연이어 후원자를 자처하며 나섰다.
“김씨의 작품에 첫 눈에 반했다”는 브라이애나 클럭 변호사는 갤러리 운영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또 은행가인 델가도 다비도 작품 게시 등을 도우며 힘을 보탰다.
볼티모어에 새로운 예술 공간 설립을 꿈꾸어온 클럭은 “김씨에게 영어를 도와주는 대신 화랑을 제공받게 되었다”며 “두 사람의 꿈이 동시에 실현된 셈”이라고 기뻐했다. CBS 뉴스 앵커를 지낸 클럭은 워싱턴에서 변호사 업무를 하고 있으며, 메릴랜드대 법대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 김씨의 세탁소 인근으로 집을 옮겨와 그의 작품을 접하게 됐다.
클럭은 “메릴랜드대 법대, 볼티모어대, 피바디음대, 메릴랜드미술대 등이 모여 있는 이 지역은 재개발로 인해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어 문화의 중심지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클럭은 오는 12월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여류화가인 김현준씨의 작품전과 내년 1, 2월 흑인 작가의 사진전이 벌써 기획돼 있다고 밝혔다.
김씨와 20년 지기인 공정애(55)씨 또한 집안의 반대로 미술의 꿈을 접었다 미국에 와서 다시 펼쳤다. 이곳에서 잠시 미술 공부를 하기도 했던 공씨는 첫 전시회에서 모던 아트 계열의 꼴라쥬 20여점을 선보인다.
BWI 우체국에 근무하며 저녁마다 작품활동을 했다는 공씨는 남편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2년전부터 ‘사계’와 ‘삶’을 주제로 종이를 오려붙여 2차원적으로 동양화같은 색감과 공간을 형성해 냈다.
개관 리셉션은 6일(목) 오후 6-8시 열린다.
주소 1101 St. Paul St., Baltimore, MD 21202.
문의 (443)465-2169.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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