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처럼 살아 왔어요.”
배우 유건은 자신을 ‘청개구리’라 칭했다. 부모님이 이리 가라 하면 저리 갔고, 저리 가라 하면 이리 왔다. 그렇게 10대 아이들 그룹의 일원으로 가수가 됐고, 지금은 배우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소위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이었죠. 지난 1999년 그룹 OPPA에 합류했죠. 당시 별로 연예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아버지께서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보라고 권유하셔서 시작했죠.”
열정 없이 발을 담근 탓일까. 힘든 연예계 생활은 유건에게 맞지 않았다. 게다가 2집부터 합류한 터라 적응도 쉽지 않았다. 부모님이 계신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 생활 도중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계기는 배우 조인성이었다.
“인성이 형이 출연한 드라마 <피아노>를 비디오로 빌려봤어요. 너무 멋져 보였죠. 아버지께 연기를 하겠다고 했어요. 당연히 반대하셨죠. 결국 생활비는 주시지 않는 것으로 하고 허락을 얻어냈어요. 정말 스스로 청개구리같다고 느꼈죠.”
유건은 이번에는 ‘꽃미남’ 외모와 상반되는 역을 맡아 청개구리의 면모를 과시한다. 영화 <권순분여사 납치사건>(감독 김상진ㆍ제작 감독의 집,어나더썬데이)에서 본격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배우 나문희 유해진 강성진으로 이어지는 막강 라인업의 끝자락에 이름을 올렸다.
“부담요? 당연히 크죠. 다들 대가시잖아요. 선배들은 일부러 웃기려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대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러운 웃음이 묻어나죠. 따라잡아 보려고 무지 노력했어요. 태어나서 한번도 지어보지 않은 표정도 연구했죠. 나중에 제 얼굴을 저도 못 알아보겠던걸요.”
함께 출연하던 배우들과 격의없이 지내다 보니 연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정작 힘든 건 따로 있었다. 음주였다. 기상 예보가 틀려 갑자기 비라도 오는 날이면 여지 없이 술독에 빠져야 했다.
“혹시 ‘맥주탑’이라고 들어보셨어요? 맥주캔을 세워서 방바닥에서 천장에 닿도록 탑을 쌓았어요. 수도 없는 탑이 세워져야 술자리가 끝났죠. 야식은 항상 통닭과 맥주였어요. (웃으며) 솔직히 술 마시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유건은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에서 어리바리한 납치범 3인조의 막내 종만 역을 맡았다. 생각 없는 행동으로 일관하는 비전없는 백수다. ‘무뇌’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하지만 유건은 종만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예요. 대학입학시험을 마친 직후의 청춘이라고 보시면 돼요. 누구나 갑자기 해야 할 일을 없어져 버린 후의 박탈감을 느껴봤을 거예요. 저요? 저는 생각이 많고 고집스러워요. 어찌 보면 종만과는 반대죠. 하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청춘이라는 점에서 비슷해요.”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은 오는 13일 개봉된다. 공교롭게도 유건의 어머니 생신날이다. 유건은 “괜히 기분이 좋네요. 어머니과 함께 보려고요. 관객들도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볼 수 있는 착한 영화예요”라고 말했다.
배우 유건은 달리는 기차에 매달리는 장면을 찍는 도중 말 못할 고통을 겪어야 했다. 유건은 “스태프가 저를 두고 밥 먹으러 가버렸어요. 크레인에 매달려 남자로서 참기 힘든 고통(?)을 감수해야 했죠”라며 웃었다. 사진=김지곤기자 jgkim@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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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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