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주 박사
“고민많은 사람들을 도우며 살기로 결심”
유학갔던 아들 돌연사에 한국 교수직 사임 도미
가정상담 하며 느낀 건“가족은 같이 살아야하죠”
한미가정상담소에서 매주 수요일 자녀양육과 가정폭력 등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는 이낙주 박사는 불과 2년 전까지 한국 경북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미국 유학중이던 자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한국의 교수직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이낙주 박사.>
한국에서 여성이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한다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이다. 남편 역시 현대자동차 납품업체의 사장이어서 돈과 명예 모든 면에서 아쉬울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러던 이 박사가 모든 걸 버리고 돌연 미국행을 택한 때는 2005년 12월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두 아들을 만나기 위해 방학에 맞춰 미국을 방문한 이 박사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들었다.
의사가 되겠다며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화학을 전공하던 막내아들이 기숙사에서 돌연사한 것. 청천벽력 같은 아들의 죽음은 인생에 대한 이 박사 부부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남편이 미국에서 공부할 때 낳아서 영어가 모국어인 두 아들을 위해 고등학교 때 유학을 보냈는데 큰일을 겪으니 ‘가족은 같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앞으로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살자고 결심했어요.”
그 길로 미국에 눌러앉았다. 학교에는 전화로 사직을 통보했고, 남편도 멀쩡한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한국에서의 삶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10년 가까지 떨어져 지내면서 잃어버렸던 큰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게 돼 만족스럽다.
돈이 아닌 보람 있는 삶을 살자는 2005년 겨울의 결심도 계속 지켜가고 있다. 처음에는 출석하는 어바인 베델한인교회 카페테리아에서 봉사했다. 그러다가 같은 교회 권사인 상담소 연영숙 이사장의 권유로 지난해 중반부터 상담소에 나오게 됐다.
1년 넘게 가족관계에 대한 상담을 하다 보니, 한국과 미국 내 한인 가정의 차이점도 확연하다. 한국은 부모가 자녀를 너무 안 놓아줘서 고부갈등 같은 문제가 심각하다. 반면 한인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너무 빨리 독립을 해 겪는 문제가 많다.
이 박사는 “미국에서는 같은 집에 살아도 자녀와 부모의 문화가 달라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도 “어릴 때는 자녀와 함께 무언가를 경험하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좋고, 사춘기가 지나면 자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인정해 인간적인 공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자이면서 학자이면서 엄마인 그에게 조기 유학과 기러기 가족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설명을 내 놓는다. “부모와 자녀 모두 준비가 된 뒤의 유학은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자녀 혼자 유학을 보내거나 기러기 가족을 한다면 겉으로 보이는 결과와 달리 소중한 것을 많이 잃을 수 있다.”
이 박사는 매주 수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정상담소에서 자녀 양육문제로 고민하는 부모와 기러기 엄마, 가정폭력 피해여성 등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또 27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어바인 베델한인교회에서 ‘건강한 가족 만들기’ 세미나도 진행한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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