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물 다시 채우기
김 희봉/수필가, 환경엔지니어
병물(bottled water)은 두 얼굴이다. 좋은 점은 편리함이요, 나쁜 면은 플라스틱 공해의 주범이다. 두 얼굴이라 하니 좀 생뚱맞은 유머가 생각난다. 아브라함 링컨이 선거 유세에서 상대후보와 마주쳤다. 그는 링컨을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헐뜯었다.
링컨은 웃으며 대꾸했다. 제가 두 얼굴을 가졌다고요? 천만에. 제가 그렇다면 이 중요한 때에 왜 이렇게 못난 얼굴을 들고 나왔겠습니까?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는 이 중요한 때에 병물은 못난 얼굴이 훨씬 두드러진다. 현재 미국에서만 년간 300억 개의 플라스틱 물병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인당 100개꼴이다. 이중 3/4이 쓰레기로 변한다. 땅과 바다에 플라스틱 빈 병이 차고 넘친다.
이 많은 플라스틱 병을 만들기 위해 매년 천만 배럴의 석유가 쓰인다. 게다가 유럽 등지에서 생산된 비싼 병물 들을 캘리포니아로 수입하면서 거의 10,000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댄다. 이는 1,700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량과 맞먹는다. 지구온난화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비자들의 각성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이다. 병물의 40%가 수돗물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그러하다. 미국에서 제일 잘 팔리는 코카콜라 회사의 대사니(Dasani)나 펩시의 아콰퓌나(Aquafina)도 수돗물을 병에 담은 것이다. 재 포장한 후 갤런 당 1센트에 불과한 수돗물의 천 배까지 받는다.
물론 병물이 주는 편리함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쓰고 난 물병을 다시 수돗물로 채워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재활용은 적극 권장할 일이다. 단지 위생에 유의해야한다. 우선 플라스틱 병을 깨끗이 씻는 게 필수다. 침에 묻은 박테리아를 없애기 위함이다. 약간 더운물과 비누로 잘 씻어야한다. 유아 병 씻듯이 병목주위를 잘 닦아낸다. 그리고 병을 잘 말린 다음 다시 쓰는 게 안전하다.
디시워셔로 씻는 건 피해야한다. 뜨거운 물이 플라스틱 병에 손상을 입힐 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병을 다시 사용할 때 혹 상한 부분이나 얇아진 곳이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그 부분에 박테리아가 낄 수 있다. 아직은 물병 재활용으로 사고가 생긴 예가 없다. 손상되지 않은 플라스틱 병을 청결하게만 씻으면 재사용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뜨거운 차(車)안에 물병을 오래 두어서는 안 된다. 새 것이나 재활용하는 물병 모두 오래두면 안 된다. 주된 이유는 박테리아 때문이다. 특히 일단 포장을 뜯은 물병은 음식처럼 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원칙이다. 더운 곳을 병원균은 선호한다.
또 다른 이유는 플라스틱에 포함된 유해한 화학물질이 물에 스며 나올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플라스틱 물병은 석유에서 뽑은 폴리칼보네이트나 고밀도 폴리에틸렌등을 원료로 쓴다. 그 속에 비스페놀A 라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되고 있다. 이는 미량에서도 기형아나 유전자 변형 등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물병 성분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플라스틱 물병의 재활용문제에 관한 한 대개 긍정적이다. 버클리 대학의 스왈츠버그 임상의학 교수는 유해물질이 물에 스며든다고 해도 첫 몇 번 사용 때 주로 일어난다고 말한다. 깨끗이 씻어주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병물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다. 작년 한해, 미국에서만 한사람 당 28갤런 꼴로 마셨다. 30년 전, 불과 1.8갤런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병물을 마실 때마다 편리우선과 지구사랑 두 얼굴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표정으로 마시는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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