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오렌지카운티
영락 한국학교장
대한민국은 3대악의 나라다.
3대악의 첫째는 ‘대권악’이다. 서로 저마다 대권을 잡겠다며 국민들을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하기야 오늘만의 일만은 아니지만 선거철만 되면 나라 전체가 열병을 앓듯이 대권싸움에 몰두한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차지하고서라도 나라가 여러 쪽으로 갈리어 상호 비방을 일삼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차라리 4~5명을 한꺼번에 뽑아 1~2년씩 돌아가며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스위스는 영세 중립을 표방하면서 한꺼번에 7명을 뽑아 1년씩 돌아가며 안정된 정치를 하고 있다.
이솝 우화 중에 ‘동물들의 재판관’이라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날이면 날마다 벌어지는 생존경쟁에 시달리던 밀림의 모든 동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자신들의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해 줄 재판관을 선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모여서 적임자를 뽑으려 하니 쉽지 않았다. 능력 있는 동물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고사했기 때문이다. 이때 승냥이가 좌중 앞으로 나서며 자신이 하겠다고 말했다. 승냥이의 자질과 학식이 함량 미달이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승냥이는 일단 그 자리를 맡고 나자 동물들이 갖고 오는 소송사건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명예만을 찾기에 바빴다. 문제가 생기자 다른 재판관을 물색했는데 그것은 원숭이였다. 설마 승냥이보다 못하겠느냐 했는데 사태는 더 나빠졌다. 이때부터 동물왕국은 오락가락하면서 원숭이와 승냥이를 번갈아 재판관에 앉혔다. 이렇듯 쓸 만한 지도자를 선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두번째는 ‘재벌악’이다. 삼성의 김용철 변호사가 한 것과 같은 폭로가 어찌 처음이겠는가. 거의 해마다 터져 나오는 재벌의 횡령과 뇌물 공여에 우리는 만성이 되어가고 있다. 가히 ‘재벌공화국’이다.
얼마 전 서울을 다니면서 본 빌딩들의 숲은 맨해턴의 빌딩 숲을 보는 것과 같았다. 외형적으로 대한민국은 급성장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재벌들의 족벌식 경영과 모순, 그리고 윤리의식의 부재 등으로 한국 사회는 중병을 앓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을 많이 모방하고 있는데 오늘날 세계적 일본 기업들을 보면 족벌기업이 아닌 전문 경영기업으로 성장, 발전하였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사고는 별로 터지는 일이 없다.
과연 이번에 어떻게 삼성의 구조적 모순을 파헤칠지는 모르지만 또 어떤 대기업 총수가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줄 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셋째는 ‘정경유착’이다. 국가의 4대 권력기관이라 하면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국세청은 나라의 살림을 맡아하는 기관이다. 130조원의 국세 징수를 담당하며 1만8,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총수가 불미스런 사건으로 말미암아 구속됐다.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겼던 셈이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물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첫째는 족식(足食)이니 경제를 통해 백성에게 풍족한 식량을 주는 일이고 둘째는 족병(足兵)이니 튼튼한 국방력이다. 셋째는 민신(民信), 즉 국민들의 신뢰감이다.” 그러면서 “그 중 하나를 제외하자면 兵을 빼고 또 하나를 빼자면 食을 빼고 나머지 信, 즉 국민의 믿음을 얻는 것이 정치의 정도”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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