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기름 유출사고로 해안 오염피해를 입은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기름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본사 전송>
군·경찰·자원봉사자 구슬땀
어민들 “어떻게 사나” 눈물만
‘검은 재앙’은 참혹했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여드레째인 14일 오후 서울에서 차로 불과 2시간 거리인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은 마치 기름 폭탄을 맞은 전쟁터와 같았다.
‘똑딱선 기적 소리 젊은 꿈을 싣고선…’로 시작되는 ‘만리포 사랑’이라는 노래가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정취를 자랑하던 이곳은 이제 흰색 방제작업복을 갖춰 입고 열을 지어 이동하는 해양경찰들과 횟집 사이 빈터에 쳐 놓은 국방색 군용 막사로 인해 마치 군 작전 지역을 연상시켰다.
유조선 사고 지점과 불과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가장 먼저 기름띠가 몰려 온 이곳은 그 동안 유출 기름을 걷어낸 수천통의 대형 플래스틱 드럼통들과 기름띠 제거 작업에 사용된 헌 옷들이 쓰레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미처 수거되지 못한 헝겊들은 바닷가에 둥둥 떠 있기도 했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천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끼니때면 한데모여 단체로 배식 받는 모습은 이곳이 정말 재난지역이구나 하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이 때문에 해수욕장 모래사장 주변에 있는 100여 횟집들과 숙박업소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평소 같으면 주말 저녁이면 서울서 몰려든 손님들로 자리조차 잡기 힘든 이곳 식당들에는 자원봉사자를 제외하면 관광객은 아예 발길이 끊어졌다.
이곳에서 ‘무진장’이라는 횟집을 운영하는 김미자(42)씨는 “벌써 며칠째 손님이 끊겼다. “아예 장사할 생각을 못 하고 있다”며 “돈이 안 돈다. 손님 든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답답한 가슴을 드러냈다.
어민들의 피해는 이보다 더했다. 상인들이 태안군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5,000원짜리 식권이라도 나눠줘 소비를 유도하고 있지만 어민들은 아예 생업의 터전을 잃어버린 꼴이 됐다. 만리포 인근 모항에서 다른 어민이 따온 굴을 까서 버는 월 40만원으로 월세와 식비, 약값을 해결하며 근근이 살고 있는 이윤재 할머니(75)는 “10년 전 할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신 뒤 바다에 나가 굴도 찍어오고, 톳나물이나 미역을 뜯어 먹고 살았다”며 “이제 아무 것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내리 쉬었다.
하지만 만리포 해수욕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차츰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경북 경산에서 회사 동료들과 함께 1박2일 일정으로 기름띠 제거작업을 위해 온 전미향씨는 “절에서 3,000배를 하는 것처럼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해서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며 “근데 흡착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헌옷으로 작업했더니 기름 대신 물만 잔뜩 흡수해 무겁기만 하고 기름은 제거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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