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설날이다. 이렇게 적어 보아도 별로 실감이 안 간다.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은 날씨 탓인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주변에서 쏟아지는 인사다. 새해가 오기는 또 왔구나. 새해 인사에서 세월의 흐름을 새삼 느낀다.
명절만 되면 멀리 떨어진 가족 생각이 더 사무친다. (每逢佳節 倍思親) 누가 읊은 시 구절이었던가. 새해 첫날을 맞아 마음은 멀리 달려간다. 한국에 흩어져 있는 가족, 그리운 사람들에게로.
끊임없이 말을 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을 한 것이다. 혓바닥이 움직이는 대로 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지 모른다. 습관적으로 생각 없이 얼마나 많은 말을 했나. 그리고 그 말들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을까. 새해를 맞은 또 다른 감회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하는 말로써 그 사람의 인품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말은 그래서 존재의 집으로도 불린다.
그런데 가령 나만의 녹음기라도 있어서 지난 1년간 내뱉은 말들을 리플레이해 들어본다고 하자. ‘나의 존재의 집’은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대부분이 남 이야기다. 칭찬이나. 좋은 이야기는 거의 없다. 남의 아픈 곳을 찌르는 말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좋지 않은 말,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말에서 기쁨을 찾으려든다. 한 현자의 지적이다.
거기에 하나가 더 있다. 어떤 말을 많이 했나. 아마도 자기연민에, 오직 ‘나 잘났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새해다. 다시 다짐을 해본다. ‘올해부터만은…’하고. 남의 마음에 눈물을 주는 말, 실망을 주는 말, 상처를 주는 말, 불신의 말, 절망의 말은 피해야 한다고. 대신 감사의 언어, 사랑의 언어, 용기를 불어넣는 언어로 스스로를 훈련시켜야겠다고.
새해 덕담(德談)이 오간다. 온통 복을 비는 언어다. 그 축복의 언어는 그러나 입술로만 되 뇌일 때 복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저 형식의 인사 일뿐이다. 말은 내용보다 말하는 사람의 마음. 태도에 따라 더 많은 것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생명을 살리는 말씀이다. 그 말씀이 전하는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담기지 않으면 아무 능력이 없다. 때로는 독이 된다. 사랑 없이 전해진 말이 오히려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매력은 언어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훌륭한 매력은 언어의 예절에서 풍겨 나온다. 언어의 예절은 훈련을 통해 배양된다. 진정으로 남을 배려하는 덕담이 그 훈련의 출발점이다. 마음으로부터의 덕담을 주고받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