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는 불황 몰랐어요”
서브 프라임 모기지 파동에서 비롯된 경기 불황 속에서 지난 한해 워싱턴 지역 한인 사업자들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경험을 했다. 새해가 됐어도 악화된 비즈니스 환경이 나아질 조짐은 아직 보이질 않고 있다. 다행히 열악한 조건과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희망을 던져주는 한인 사업자들이 곳곳에서 발견돼 희망을 준다. 대수로워 보이지 않지만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혜를 발휘하고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성공’이라는 귀한 열매를 거두고 있는 사업자들이다. 본보는 신년 기획 시리즈로 부단한 자기 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하며 모범 사례가 되고 있는 한인 사업자들의 스토리를 업종별로 연재한다.
<1>포토맥 클리너스
버지니아 폴스 처치에 위치한 ‘포토맥 클리너스’를 3년 전 임태희 사장(57)이 인수하려한 결정은 사실 모험이었다.
10년 전 미국으로 이민 올 당시부터 착실하게 세탁업계에서 경험을 쌓으며 준비를 했지만 이 가게는 전에 영업 부진으로 한 때 문을 닫았을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전 주인도 새 장비를 들여놓고 운영한지 11개월 만에 다시 가게를 임 사장에게 넘겼으니 고객이 충분히 확보돼 있을 리 없었다.
“난국을 타개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기도했지요. 지혜를 달라고. 세탁소의 이미지를 좋게 할 수 있는 마케팅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더군요.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거창한 홍보 전략은 아니었다. 세탁소가 있는 작은 샤핑몰 안의 스타벅스 커피점에 찾아가 “종업원들은 10% 싸게 해줄테니 광고와 명함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매니저가 임 사장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친절을 베풀자 광고지를 제작했는데 가족사진을 넣어 세탁소가 훼밀리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알려 친근감을 주고자 했다. 세탁장비가 새것이라는 것과 특수한 의류 수선도 가능한 업소임을 알렸다.
금방 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었지만 손님들이 하나 둘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입소문도 났다. 하지만 고객들은 한꺼번에 많은 옷을 가져오지 않고 셔츠를 한두 장씩 가져와 서비스를 체크하는 등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손님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했다.
다행히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자녀들이었다. 영어 소통에 문제가 없는 아들과 며느리, 딸이 교대로 카운터를 보면서 성실과 친절로 단골 손님들을 만들어 갔다.
임 사장은 “사실 카운터에서 어떻게 손님을 응대하고 서비스를 잘 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했다. 세탁 솜씨나 얼룩 제거, 가격 등은 어느 업소나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손님의 요구를 잘 이해하고 만족시켜주는 일이 중요할수 밖에 없다는 임 사장의 결론이다.
이러한 노력과 정성 덕에 매출은 첫 해부터 지금까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년에 많은 한인 업주들이 경기가 안좋다고 한숨을 쉴 때도 포토맥 클리너스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지금까지 세일 한 번 안하고 단가도 타 업소에 비해 싼 편이 아닌데도 그랬다.
미국에 와서 다른 일은 한 적이 없고 세탁업에만 매달리며 한 우물을 판 임 사장은 “처음부터 가족들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며 협력한 덕분에 순조롭게 사업을 해왔다”며 “손님을 정성껏 모시려 한 노력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 사장이 손님들로부터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은 “당신 가족이 이 가게를 인수해서 고맙다”고 할 때다. “당신들은 정말 크리스천 같다”고 말할 때는 부끄럽지만 기분이 안 좋을 수 없다. 이것이 다 “손님들을 하나님을 대하듯 친절하게 대하라”고 강조해온 덕분이라고 임 사장은 생각한다.
임 사장은 “평범하게 사업을 하고 있을 뿐인데 내 자랑을 하는 것 같아 주저 된다”며 “타 업소들도 아무리 경기가 나쁘다 해도 꾀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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