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많은 후보들이 미국이 안고 있는 의료제도의 문제점에 관해서 진지한 토론을 하는 것을 방송에서 자주 본다. 현재 미국에서는 전 국민 의료보험에 대해서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의료체계는 치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효율성을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자유 경쟁을 통한 지속적인 환자 중심의 의료를 지향해 왔다. 하지만 1990년대 초부터 부분적으로 실시된 의료제도의 개혁으로 인해서 미국 내 의료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그동안 의료수가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환자 치료의 질만 향상시키면 된다고 생각하던 사고방식이 끊임없이 새로 생산되는 신약과 새로운 의료기기의 도입 등으로 인한 치솟는 의료수가를 기존의 제도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라고 잘 알려져 있는 제도가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서 미국의 의료제도는 질 중심의 의료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기존의 제도는 대부분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모든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데 반해 HMO란 의사와 환자 사이에 제3자가 개입하면서 의사 입장에서는 의사의 자율성을 감소시키고 환자의 입장에서는 환자의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 자기 주치의사가 아닌 지정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불편도 있다. 또 HMO가 처음 생길 때부터 지향해온 질병의 예방에 관한 부분은 주치의가 자주 바뀌는 문제 때문에 효과적으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HMO는 치솟는 의료수가를 억제하기 위해서 생긴 제도이지만 양질의 의료를 베풀 수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자유 경쟁적인 의료시장에 정부나 제3자가 인위적으로 개입함으로 인해서 시장의 생명력을 저하시켰고 당초 목표였던 의료수가 억제도 의료보험 회사들이 개입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억제시키지 못하고 의료의 질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HMO와 반대되는 것이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인데 이는 HMO와는 달리 지정의사가 없이 그룹에 가입된 의사를 자신이 선택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환자나 의사에게 자율성을 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제도도 의료보험 회사들의 지나친 경쟁과 이윤추구로 인해서 개혁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영직<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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