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부터 한 가정의 아버지가 아내와 자녀에게 총을 쏘고 자살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21세기 지구촌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예측대로 온통 ‘가정의 위기’로 몸살을 앓는 모양이다.
아침 동이 틀 때부터 해질녘까지 온갖 노동일로 모두가 힘겹게 살던 옛날과는 달리, 요즈음은 무척이나 편리한 세상이다. 그런데도 인간들의 마음은 더욱 여유가 없는 세상이 돼 버렸다. 아무리 추운 겨울날에도 옛날 주부들은 집 밖에 있는 부엌에 나가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온 가족들은 식탁에 앉아 아침과 저녁을 매일 함께했다. 그래서 가족을 ‘식구’라 했다.
그에 비해 부엌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수돗물과 하수도 시설이 코앞에 설치된 요즈음 주부들은 너무 바빠 가족들의 식사조차 준비할 여유가 없다. 되는대로 제각기 간단히 먹고 일터로 떠난다. 저녁도 온 가족이 잘해야 일주일에 한번 식탁에 마주 앉는다. 그러니 가족끼리 대화할 틈도 없고 기회도 없다.
눈길을 주고받으며 마음도 나누어야 가족끼리도 가까워지고 하나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안 되면 겉으로만 가족이지 실제로는 하숙생이나 다름없는 것 아닐까.
과거 우리사회는 일사불란한 남성위주의 가부장 사회였다. 그 당시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기에 여성들의 인지능력이 남성들과 경쟁이 안 된 상태였다. 자연 여성들은 가정에서 순종하는 아내와 어머니로서 그들의 소임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차별 없이 주어진 현대식 교육은 여성 스스로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했다. 교육은 여성들에게 지금까지 할머니, 어머니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넓은’ 세상을 보여준 것이다.
그 결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한 여성 스스로 더 이상 가부장제도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합리적이 아닌 부당한 대우는 아무리 남편이라 해도 맹목적으로 참고 견딜 수만은 없다는 단계로 생각이 바뀌고 남성과 여성의 동등성으로 사고가 열려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를 무시한 채 혹시라도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들이 아내를 대했던 남존여비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남성이 있다면 그는 더 이상 남편 노릇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더 나아가 교육은 여성들에게 자립해 살 수 있는 기술과 직업을 제공해 주었다. 이제는 행여라도 집을 떠나면 굶어 죽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굴종하며 사는 여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요즈음 부부들은 쉽게 갈라져 버리는 경향이 있다. 젊은 부부들뿐만 아니고 나이든 부부들마저 갈라서는 황혼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가슴 아픈 세상이니 남성이 변하지 않으면 가정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변함은 성장을 의미한다. 변하지 않고는 자랄 수 없다. 21세기의 변화된 패러다임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가장인 아버지가 먼저 변해야 한다. 아버지부터 배우고 변화되고 성장해야 한다.
이제는 가정에서 아버지가 아내와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삶을 살지 못하면 가장이라는 명분하나로 더 이상 존경과 사랑을 기대할 수 없다. 가장인 아버지는 그래서 가족들에게 삶의 모범을 보이는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뼈를 깎는 변화된 삶을 살기를 요구받고 있다.
남성으로서 좋은 가장 노릇을 하려면 깨끗한 삶, 영적인 순결을 먼저 지키는 성숙한 인간으로 변화됨을 요구하는 세상이다. 가정에서 남성들이 존경받는 아버지와 남편으로 먼저 변화되어 작은 교회인 가정을 회복시키는 일이 21세기의 남성들이 도전받고 있는 가장 절실한 소명이요 비전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다.
김재동
의사 수필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