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차이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이민 와서 미국 병원을 사용하다 보면 느끼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영어를 조금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소한 전문 의학용어를 듣다보면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었는지 의심하는 경우도 많고 한국처럼 모든 것들이 빨리빨리 진행되지도 않는다. 또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오해도 많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 가지 일례를 소개한다.
70대 중반의 할머니 한 분이 병원에 입원을 했다. 마침 한국인 간호사가 그 병동에는 없었고 할머니가 입원해 있는 동안 미국 간호사가 돌보게 되었다. 하루는 아침에 병원 회진을 돌고 있는데 그 할머니를 돌보고 있던 백인 간호사가 내게 다가와 그 할머니 환자는 매우 무례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좀처럼 환자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지 않는 간호사이기에 그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대답하기를 그 할머니 환자는 식사를 하고 나서 꼭 먹고 남은 식기를 입구 바닥에 두는데 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걸려서 넘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하시지 말라고 한국말 통역을 통해서 여러 번 당부를 했지만 웃으면서 계속 식기를 바닥에 두는데 자기는 왜 저러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 자신도 저 할머니가 왜 그러실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하다가 몇 초쯤 후에야 대답이 나왔다. 할머니는 음식을 먹고 고마 와서 식기를 치워주는 수고를 들어주기 위해서 식기를 바닥에다 내려두신 것이다. 마치 한국에서 자장면 먹고 나서 그릇을 대문밖에 두면 배달부가 가져가듯이 말이다. 하지만 서서 생활하는 미국에서는 음식 그릇을 바닥에 내려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상황을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는 이해부족 때문에 생긴 것으로 판단하고 그 간호사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준 후로는 이해를 하고 그때부터는 간혹 한국 환자들이 식사 후 식기를 문밖에 놓아두더라도 웃으면서 치울 수 있었다.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일례다. 미국 병원에서 이용을 할 때는 영어에 자신이 없는 경우 통역을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내 응급실을 비롯한 각 병실에서는 환자가 자신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요구할 경우에는 반드시 통역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213)383-9388
이영직<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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