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원 도울 수 있어 뿌듯했어요”
소말리아 해적에 억류됐다 지난해 11월 풀려난 마부노 1, 2호 선원들의 긴박했던 석방 현장에는 워싱턴 출신의 한인 미 해군요원이 있었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해적들에 무려 174일간 인질로 잡혀있던 마부노 1, 2호 석방 작전 당시 큰 역할을 한 주인공은 메릴랜드 로럴(앤 아룬델 카운티)에 거주하는 안용철(20, 미국명 John An) 상병.
안 상병은 한국인 선원 4명을 포함한 인질 24명의 석방작전에 동원됐던 미 제5함대 소속 51호 구축함에 탑승한 유일한 한인 승무원이었다.
지난해 12월19일 버지니아 노폭의 군부대로 귀환한 안 상병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지에 급파돼 한국인 선원들과의 무전과 통역을 맡았다”며 “마부노호에 식량과 연료를 공급하고 안전한 해상까지 호위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안 상병이 뜻하지 않게 머나먼 소말리아 해역의 한국인 선원 구출작전에 뛰어들게 된 건 지난해 7월. 그가 소속된 함대가 훈련차 노폭에서 출항한 지 얼마 안되서였다.
그는 “아마 소말리아 근처를 지나갈 때로 짐작되는데 하루는 캡틴(함장)이 부르더니 해적들에 잡힌 한국인 선원들과 통화를 해보라고 지시했다”며 “우리가 그들을 도와주려고 했으나 잡음이 심해 통화는 불발됐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탄 함정이 출항 초기에 마부노 호 구출작전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만 짐작할 뿐 사병 신분이라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함정 요리사였던 안 상병이 탑승한 함대는 예정된 훈련 일정에 따라 그리스, 쿠웨이트를 돌았다. 제5함대 기항지인 바레인에서 51함정은 다시 소말리아로 향했다. 한국 측과 해적들 간에 인질 석방 협상이 타결될 무렵이었다.
안 상병은 “협상이 타결된 줄 모르고 해군 함정에서 마부노호의 해적들을 향해 경고사격을 하기도 했다”며 “인질 석방 직전에는 함정에서 한국인 선원들과 통화를 해 하선방법 등을 조율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1월5일경 해적들에서 벗어난 마부노호는 미 해군 44호 함정의 호위를 받아 항해하다 6일부터는 안 상병이 탄 51호 함정의 호위를 받았다.
안 상병은 “우리가 호위를 맡으면서 한국인 선원들이 저를 보더니만 굉장히 반가워했다”며 “불편한데가 없냐고 물어보고 기름과 음식, 치약 등 생필품, 약, 맥주 같은 걸 지원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인 안 상병이 이처럼 한국 선원들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던 건 집에서 한국말을 배우고 사용했기 때문.
안 상병과 51호 구축함의 급박했던 임무는 마부노호를 미 해군 55호 함정에 인계하면서 끝났다.
안응호-그레이스 미경씨 부부의 2남중 맏이인 안 상병은 앤 아룬델 카운티의 폴밋 하이스쿨을 마치고 2005년 12월 자원입대했다.
2009년 12월 제대 후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라는 안 상병은 “비록 미 군인으로서 임무를 수행한 것이지만 한국 선원들을 도울 수 있어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가슴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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