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말은 ‘빛이 있으라’였다. 그 말로 인하여 빛이 어두움을 뚫고 나타나, 이 세상을 비추게되었다고 성경이 기록하였다. 태초에 이루어진 모든 창조는 말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말에는 과연 창조의 힘이 있다.
우리의 소원. 칭찬과 저주. 애타는 마음. 힘찬 격려. 쉬지 않고 하는 기도. 꺾을 수 없는 결심. 모두 말로 표현이 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람의 감정이 말이라는 형태로 전달된 다음, 세월이 지나가면서 그 결과가 눈에 보이는 형태를 가지고 나타나는 때가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말이 씨가 된다’고 어른들은 말씀하셨나보다. 씨는 심어지면 자라서 열매가 열리게 되는데, 말도 자라서 나중에는 열매를 거두게된다.
고생 끝에 성공한 아들이 자라서 자신의 현재는 어려운 시절에 간절하였던 ‘어머니의 기도’로 이루어진 결과라고 여러 사람 앞에서 고백을 하기도 하고, 지난날에 누군가 들려주었던 격려의 말이 자기를 지탱해준 버팀목이 되었노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리도 들린다.
‘그렇게 여러 사람을 울리고 원망을 듣더니....’, 혹은 ‘항상 그렇게 말하더니 결국은 그렇게 되었구먼’.
아무리 사람의 생각이 훌륭하여도 말하지 않거나 쓰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그 뜻을 알 길이 없다. 말이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교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역에 따라서 쓰는 말이 천차만별이어서 다른 나라의 말은 알아듣지를 못한다.
처음에는 인간의 언어가 같았으나, 사람들이 힘을 합하여 바벨탑을 하늘높이 쌓는 것을 보시고, 하나님이 일순간에 언어를 바꾸어버렸다고 역시 성경이 말한다. 의사를 소통하지 못하게 되어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온 지면으로 흩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사람들은 서로 말이 통하지 못하는 불편을 오랫동안 감수하였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느라고 많은 세월을 보내야만 하였는데, 그것도 글자가 나온 다음에는 그나마 한결 수월한 듯 하였다.
말과 글자를 교환하게 되면서 인류의 문명은 더욱 찬란해진다. 이제는 교육이 보편화되기도 하였거니와, 타국과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언어의 통합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가 되어간다. 그리스어, 라틴어, 불어가 그 세력을 잃고 이제는 영어가 온 세상을 같은 언어권으로 묶어놓는다. 아예 자기나라의 말이 있더라도 영어로 교육을 시키는 나라들도 생겨난다.
이제는 우리의 고국 대한민국에서도 그 대열에 동참을 하기 시작하였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지식이 넘나들고 서로 협력하여 의학, 공학, 인류학이 발전한다. 그리고 인권과 환경을 위해서도 국가와 단체들이 서로 힘을 합친다.
말과 생각이 서로 통하면,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지금은 바야흐로 영어의 전성시대가 되었다. 어느 날, 인간의 언어를 모두 바꾸어버렸다던 하나님. 인류가 다시 같은 언어를 사용하려한다면 기뻐하시려나. 그 뜻이 가상하다면 아마도 그럴 것이다. 영어를 쓰면서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수많은 우리의 2세들에게 더욱 관심과 주의를 기우려본다. 영어는 기본적으로 2세들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제 영어는 단순한 언어라기보다는 장차 우리의 아이들에게 찾아올 어떤 기회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야말로 ‘씨’가 된다는 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생각을 해보면, 씨를 심고 그것을 잘 가꾼다는 것은 태초로부터 인간에게 주어진 중요한 임무이기도 하였다. 모든 가꾸는 일에는 장차 거두게 될 그 열매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우리들의 정성인 것이다. 이 세상은 날로 좁아지고 이웃나라와는 점점 가까워지는데, 언어야말로 이제 우리들이 거두어야할 어떤 결과를 기대해도 좋은 ‘씨앗’이 될 것이다. 그것이 지금 심어지고 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자라게 될 것인지, 어떤 열매를 거두어드리게 될 지 자못 기대가 된다. 도처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심고 가꾸는 사람들. 그 풍성한 열매가 이미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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