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 사랑 간직하세요”
OC 글사랑 모임(회장 이기윤)은 14일 서울옥 식당에서 문정희 시인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인 문 시인은 ‘한국 현대시의 흐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40여명의 참석자와 시와 문학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문정희 시인은 “이민자로서 영어도 능통하지 못하고 모국어는 시간이 갈수록 잊어먹게 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모국어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한글로 글을 쓰는 동포 문인들에게 깊은 사랑과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세 자녀 한글교육사고의 폭 두배 넓히고 두개의 우주 갖게해”
그는 강연을 통해 언어의 수준은 바로 그 말을 쓰는 사람과 그룹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동안 한국의 정치권에서 많이 써 왔던 말들도 한국 사회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서정주 시인이 생전에 거처하던 ‘봉산 산방’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얘기하며 한국 정부의 문화 유적에 대한 적은 관심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석좌교수도 겸하고 있는 문 시인은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꽃 숨,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등의 시집을 발표했다. 현대문학상과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했고, 영역 시집으로 ‘Wildflower’와 ‘Woman on the Terrace’가 있다.
다음은 문 교수와의 일문일답.
▲미국에는 어떻게 방문했나?
세 번째 영역시집 번역협의 차 UC버클리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왔다. 지난해 발표한 ‘Woman on the Terrace’가 아마존 닷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기쁘다(문 시인은 한국 여성 시인으로는 드물게 이미 두 권의 시집을 영어로 번역해 출판했다).
▲글 사랑협회 모임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사실 외국에 나올 때는 한국어를 잊고 지내려고 노력한다. 협회 회원인 조옥동씨 시집에 추천사를 써 준 인연으로 강연을 하게 됐다. 우리말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는 한인을 만나게 돼 반갑고 의미가 있다.
▲어떻게 하면 미국에서 한글로 된 좋은 글을 쓸 수 있나?
음식을 만들려면 재료가 풍성하고 싱싱해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갈증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많이 읽어서 언어 용량을 늘려야 한다. 특히 선별이 중요하다. 고급 독서가 필요하다.
▲1.5세와 2세 자녀에게 왜 한글 교육이 필요한가?(문 시인은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변호사로 활동하는 자녀를 두고 있다.)
언어는 하나의 우주다. 자녀가 두개의 우주를 갖는 것은 단순히 기능적인 차원을 넘어서 사고의 폭을 두 배로 넓혀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국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창래씨 같은 1.5세와 2세 그룹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 문학 위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건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멀리하는 사람은 삶에서 큰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인해 사람들이 시는 더 많이 읽는 것 같다. 다만 순간적인 인터넷이 아닌 활자를 통해 음미하고 되새기는 독서가 필요하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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