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본격적인 세금보고 시즌이 되었다. 정부와 국민 간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세금을 내는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많이 벌었어도 그냥 공짜로 뺏기는 돈 같아서 억울한 생각이 들기 마련이고 세금을 거두어 드리는 세무당국은 납세의무의 미명하에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호시탐탐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양자 사이의 싸움에서 은근히 즐기는 부류들이 있는데 바로 세금보고서를 작성해 주는 회계사와 세무사들이다. 그들이 실제로 바쁘고 힘든 것은 틀림없지만 이런 엄살은 싸움이 한두 차례 더 있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의 우회적 표현이 아닐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세금보고를 대행하다 보면 부모, 형제 심지어 배우자보다도 납세자의 형편과 사정을 더 잘 알게 되는데 그래서 직업윤리 가운데 첫째가는 덕목은 기밀유지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 고객 중 하나가 국세청 감사를 받았다.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분이었지만 열심히 일해서 약 21만 달러의 세금을 납부하였다.
세금보고서에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었음에도 감사를 당한 이유는 아마도 헌금을 많이 신고한 것 때문이 아닐까 짐작되었다.
감사관이 요구한 여러 자료들 가운데는 5만 달러가 조금 넘는 헌금의 수표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감사관은 “헌금을 보고한 대로 증명치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큰 액수의 헌금을 직접 확인하고 보니 당신은 진짜 크리스천이 틀림없다. 다른 자료들은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겠다”고 했다. 이렇게 감사는 이외로 싱겁게 종결되었다.
헌금은 세금보고서에 증빙자료를 첨부하지 않기 때문에 종종 탈세의 도구로 악용되어왔다. 이와 반대로 소득을 낮춰 탈세를 하면서 헌금은 많이 내려는 사람들도 있다. 탈세한 돈을 헌금으로 바치려는 분들은 과연 자신의 처사가 옳은지 한번쯤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성경에 ‘어리석은 부자’ 말씀만 있지 ‘바보스런 헌금자’의 이야기는 없다고 해서 아무 돈이나 예물로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한 신앙은 일상생활 속에서 구현되어야 하고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지난해 세금보고 철에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신문광고를 통하여 교회와 목회자 및 교인들에게 정직한 세금보고를 호소하였다.
이 글은 개인과 교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였음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고 회심하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교계가 돈과 세금문제 앞에 바르게 서지 못한다면 사회의 빛과 소금은커녕 오히려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며 결국은 한갓 사이비종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필자가 직접 표본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한인 대형교회가 구휼에 책정한 예산은 2%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치였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100명 미만, 아니 수십 명의 교인을 가진 미니교회는 담임목사의 사례비에도 허덕이는 형편이다.
세금은 국가수입의 가장 큰 원천으로 정부예산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국가는 이 예산을 바탕으로 노인과 장애자, 저소득층의 생활보조와 교육, 의료, 치안, 국방 등 국민복지와 민생안정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듯 가난하고 헐벗은 수많은 형제를 위해 쓰여 지는 세금과 단지 목회자 한 사람의 생활비 충당에 쓰여 지는 헌금 중에 어느 쪽을 하나님은 기뻐하실까 꼭 기도해 볼 일이다. 세금도 헌금 못지않게 하나님께 드리는 돈인 셈이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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