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책인 창세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야기는 ‘요셉과 그 형제들’에 관한 것이다. 창세기 전체의 1/4이 이들과 관련돼 있다.
아버지 야곱의 총애를 받는 요셉은 형제들에게 으스대다 죽임을 당하기 직전 간신히 목숨만 건져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간다. 그러나 절대적인 곤경에 빠져서도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은 그는 결국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인 이집트 총리가 돼 아사직전에 놓인 형제들을 구하고 그들과 화해한다는 스토리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여러 가지다. 첫째는 잘 나가던 사람도 오만하면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지금 당장은 앞이 안 보이는 어려움에 처했더라도 끝까지 버티면 좋은 날이 돌아올 수 있다는 평범하면서도 깊은 진리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교훈은 질투가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할 수 있는 가이다. 질투에 눈 먼 인간 앞에서는 형제의 생명조차 파리 목숨이나 다름없다. 창세기는 인간이 낳은 첫 번째 아들 가인이 한 일이 질투에 눈멀어 동생 아벨을 죽인 것이었다고 적음으로써 이 감정의 위험성을 재삼 경고하고 있다.
버트랜드 러셀은 근대 민주주의 확산의 배후에는 질투라는 감정이 깔려 있다고 쓴 적이 있다. 이는 또 모든 좌파 이데올로기의 정서적 기조이기도 하다. 특권 계급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국민을 착취하며 대대로 잘 사는 모순된 사회 구조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된 시민 혁명은 모든 잘 사는 사람에 대한 증오로 쉽게 변질된다. 20세기 대부분 기간 동안 세계를 휩쓸며 재앙을 낳은 공산주의 사회주의 혁명이 그 예다.
그러나 좌파의 권력 독점은 반드시 실패한다. 인간은 모두 능력이 다르며 그 능력의 과실을 강제로 똑같이 나눌 때 아무도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회는 망하는 것 말고 다른 할 일이 없다. 현실이야말로 좌파가 넘지 못할 벽이자 우파의 든든한 친구다.
반면 우파의 아킬레스건은 탐욕이다. 이웃이 고통스럽건 말건 나만 배불리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주위의 반감을 부르는 것이다. 이를 일찍이 깨닫고 스스로 베풀 줄 안 영국과 미국의 권력 계급은 목숨을 부지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프랑스와 러시아 귀족은 목이 달아나는 수모를 겪었다.
인간은 현실 속에 몸을 두고 있지만 꿈을 꾸는 동물이다. ‘모든 사람이 잘 사는 사회’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가장 강력한 꿈이다. 꿈은 우파가 넘보지 못하는 좌파의 든든한 벗이다.
한국에서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좌파의 몰락이 점쳐지고 있다. 노무현의 등장과 함께 100년 정당을 꿈꾸며 기세등등하던 386은 쥐 죽은 듯 조용하고 2012년 집권을 노래하던 민노당은 사분오열된 채 형체를 보존하기 바쁘다.
반면 미국에서는 오바마 열풍과 함께 반기업, 반무역, 반자본을 외치는 좌파의 기세가 드높다. 짧게는 지난 8년간, 길게는 레이건 이후 지난 20여년간 미국을 지배해 온 보수 우파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의 우경화와 미국의 좌경화가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와 함께 한국 좌파는 끝났다, 미국 우파의 시대는 갔다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양쪽 좌우파의 부고 기사는 매우 과장돼 있다. 좌나 우나 모두 진리의 일면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이 오만해지고 도를 넘어가는 순간 물결의 방향은 바뀐다. 정치라는 이름의 새는 좌우 두 개의 날개로 난다는 진리를 기억하자.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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