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가운데 미국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최근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가계살림을 쪼들리게 하면서 경제에 대한 걱정을 심화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휘발유 판매가가 2주만에 갤런당 19센트나 오르고 경유가격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유류제품 가격이 최근 크게 올라 가계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26일 현재 미국의 평균 휘발유 소비자가는 갤런당 3.14달러로 2주전에 비해 19센트나 올랐다. 이는 1년전의 2.35달러와 비교하면 33.6%나 오른 것이다.
아직 휘발유 성수기가 아닌 점을 감안하면 휘발유 가격은 여행이 많아지는 봄철에 들어가면 갤런당 4달러에 가까이 이르러 작년 5월 기록한 최고치인 갤런당 3.23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유 소비자가도 26일 갤런당 3.6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1년전의 2.62달러에 비해 1달러 가까이 올랐다.
지난 10년간 유류 가격 상승은 미국의 경우 쉽게 돈을 빌려 쓸 수 있는 금융시장과 자산가격의 상승 덕분에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았고, 개발도상국의 경우 정부 보조금 등의 덕분에 고통을 줄일 수 있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의 유류 가격 상성은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가정의 살림을 쪼들리게 하면서 다른 소비지출을 줄이도록 압박하고 있어 주택시장과 신용시장의 요동으로 몸살을 앓는 미국 경제에 ‘에너지 쇼크’까지 추가해 경제를 더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에너지와 식품가격 상승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7.4%나 올라 1981년 이후 최대의 상승률을 기록,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반증했다.
또 주택가격도 하락세를 지속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쉴러의 전국 주택가격 지수는 작년 4.4분기에 1년전보다 8.9% 떨어지며 2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 주택 소유자들의 소비심리 등을 위축시키는 등 경제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유류 가격 상승은 이미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근로자인 필리스 베리는 자동차에 휘발유를 정기적으로 주유해왔는데 지금은 휘발유가 거의 떨어질 때까지 운전하면서 가장 싼 주요소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위기가 있었던 1980년대에 미국 가정의 가처분소득에서 에너지 비의 비중은 8%를 기록한 뒤 유가 하락과 함께 1990년대에는 이 비중이 4% 아래로 내려갔으나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에 가정의 가처분 소득 중 에너지비 비중은 6.1%에 달해 198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990년대와 비교해 2%포인트가 높아진 것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2천억달러에 달한다.
글로벌인사이트의 이코노미스트인 니젤 골트는 신용위기와 주택시장 붕괴로 고통을 받는 가운데 오일 쇼크까지 추가되고 있다면서 아무리 미국 경제라 해도 이런 모든 문제들을 동시에 견뎌낼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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