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출근대신 자녀교육·골프실력 쌓기에 열중
“쉬러 왔지 일하러 왔나”큰소리도
“연구하러 오신 분들 있나요? 쉬러 왔거나 애들 영어 교육 때문에 오신 거죠.”
명문 A대학 B연구소에 방문 연구원으로 와 있는 모 교수. 이 교수는 방문 연구원 신청 당시 미주 한인사회와 관련한 연구를 하겠다는 취지의 연구제안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주변에 따르면 교수의 주요 일과는 연구보다 골프를 치고 유학생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주요 관광지를 빼놓지 않고 돌아보는 것이다.
안식년을 이용해 미국내 대학교의 교환교수로 오는 ‘방문 연구원’(visiting scholar)들이 본래 목적인 연구 활동에 소홀히 하고 있어 미국 교수를 비롯한 동료 교수들과 한국 유학생 등 주변으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A대학 B연구소의 경우 현재 한국서 온 방문 연구원은 4명. 대부분이 안식년을 이용해 왔으나 연구원 신청 당시의 연구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하는 교수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방문연구원들에게 개인연구실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좀처럼 연구소에서 얼굴 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연구 프로젝트 얘기를 꺼내면 ‘쉬러 온 거지 연구하러 온 게 아니다’며 오히려 역정을 낸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명문 C대학 D연구소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D연구소에는 현재 8명의 방문 연구원이 1년 기한으로 와 있는데 일부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D연구소 관계자는 “방문 연구원 가운데 일부는 논문을 쓰거나 저술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며 “방문 연구원의 90% 이상은 자녀 영어교육이 목적으로 연구소는 체류신분을 획득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방문 연구원들은 주류 교수들과의 정보 교류는 거의 없는 상태다.
방문 연구원은 또 유학생들에게는 기피대상 1호가 되고 있다. 유학생들에게 공항 픽업, 마켓 등 각종 개인일까지 부탁하기 때문이다.
유학생 P모씨는 “자동차 구입, 보험가입 등 대부분의 일을 유학생이 해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대학 연구소들은 외국 대학 교수나 박사급 이상 연구원들에게 2,000~9,000달러의 비용을 받고 비자를 발급해 주며 도서관 사용이나 연구실 제공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년의 경우 교수들이 안식년을 주로 휴식의 기회로 삼는 게 관행이었지만 요즘에는 이 기간 동안의 연구실적이 부진할 경우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등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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