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이면 악성 베토벤이 서거한 지 181주년이 된다. 오랫동안 귀가 안 들리고 고통받던 그는 1827년 3월 26일에 비엔나에서 56세로 운명하였고 그의 장례식에는 2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는 1793년에 고향 본을 떠나 비엔나로 와서 줄곧 이곳에서 천재적인 피아노 즉흥 연주가이며 작곡가로서 수많은 걸작들을 발표하면서 유럽 전체에서 명성을 날렸다.
그는 여러 귀족 여성들을 사랑했지만 그 정열은 정신적인 사랑에만 그치고 결실을 보지 못하여 일생을 독신으로 살았고 조카의 교육까지 도맡아 돈 걱정과 근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말년을 보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보려고 하는 것은 그가 벌써 26세 때부터 음악가로서는 치명적인 귓병에 걸려 귀가 잘 안 들리는 불구의 몸으로 어떻게 위대한 음악가가 되었냐는 문제이다. 그는 30세가 되던 1800년에야 가까운 친구들에게 이 병이 낫지 않는다고 처음으로 고백했다. 남들과 정상적인 대화가 안 되어 활발하고 따뜻한 성격이었음에도 사람을 피해 “거의 홀로 마치 추방된 자와 같은” 고독한 삶을 살아야 했던 고통을 그가 비엔나에서 무서운 경쟁을 뚫고 성공하는 동안에 아무에게나 알릴 수가 없었다. 그의 적들에게 알려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6년 동안이나 절망적으로 병에 시달린 그는 1802년에 드디어 그의 사후에나 알려진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썼다. 그는 이 처절한 운명 때문에 절망에 빠져 자살하고 싶었지만 “오직 예술만이 나를 지탱해 줄 뿐”이라고 했다. “내가 가진 예술적 재능을 모두 발휘하기 전에는 설령 내 운명이 아무리 가혹하게 괴롭히더라도 죽고 싶지 않다”고 동생들에게 말했다. “인간은 자신이 실행해야 할 선행이 남아 있는 한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로 비참한 삶을 참아낸다고 했다. 그는 친구 베겔러에게 “운명과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나 자신이 신의 피조물 중 가장 불쌍한 존재로 여겨진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렇게 투쟁하면서도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나타, 현악 사중주, 교향곡, 협주곡, 서곡, 오페라, 미사곡 등의 명작들을 계속해서 발표했다. 그는 귀족들에게서 작곡 주문을 받았고 작곡한 작품들을 출판사에 팔아 돈도 벌었으며 그가 비엔나를 떠나지 않고 활동해 주기를 바란 후원자들의 연금을 받았다. 그는 고통 속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숭고한 예술, 예술의 성사를 위해 바칠 것”을 결심했으며 스스로 “너 자신 안에, 너의 예술 안에 있는 것 외에 너를 위한 행복은 이제 없다”고 다짐했다.
그는 20대에서 40대 동안에 모든 중요한 걸작들을 작곡했고 49세가 되는 1819년부터 귀는 완전히 안 들리게 되어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회화 수첩을 가지고 다녀야 했다. 그의 명성은 높아갔지만 가족 부양과 경제적 문제 때문에 “예전처럼 천상만 바라보지 못하고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눈을 아래로 돌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는 이미 1812년부터 다른 병들에 시달리고 죽음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그래도 그의 의지력은 더욱 높아져서 이제는 제9 교향곡과 같은 불멸의 작품들을 작곡하기에 이른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1823년에 케루비니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그는 “진정한 예술은 불후하며 진정한 예술가는 위대한 작품 창작에서 내면의 기쁨을 얻는다”고 단언했다.
우리는 모든 고통을 인내와 창조적 저항으로 이겨낸 그의 불굴의 예술적 천직의식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의 작품들은 그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모두 불굴의 정신력을 표현하고 있고 혼란과 암흑을 이기는 의지와 용기와 기쁨의 승리를 말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자유의 길을 향하는 인간의 희망적 사고를 멜로디와 리듬과 힘찬 음향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연행/불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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