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퀘스트 센터에는 매년 2만 명의 투자가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든다.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자 전설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의 연설을 듣기 위해서다. 그는 여기서 지난 1년간 영업 실적과 향후 경제 전망 등을 내놓는데 그가 제안한 안건은 부결되는 법이 없다. 투자에 관한 결정에 관한 한 그는 신과 다름없다. ‘오마하의 신탁’(Oracle of Omaha)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가 이처럼 투자가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은 장기간에 걸친 그의 전무후무한 투자 기록 때문이다. 그는 지난 40년간 연 25%의 수익률을 올렸다. 미 주가 평균 상승률의 2배가 넘는 기록이다. 호황에도 불황에도 그가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올랐다.
그는 오랜 투자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를 보통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표현하는 데도 뛰어난 재주가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한 투자가가 그에게 결혼 생활을 오래 순탄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그는 “그것은 용모도, 능력도, 지능도 아니고 낮은 기대치(low expectations)”라고 말했다. 그가 오늘과 같은 거부를 축적하게 된 비결도 포텐셜은 있지만 일반 투자가들의 기대치가 낮은 기업을 골라내는 눈이 있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우리 속담에 꼭 맞는 사람이 버핏이다. 그가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은 13살 때로 자전거를 구입해 물건을 팔러 다녔다. 그 나이에 처음 세금보고를 했는데 자전거 구입 비용 35달러는 비즈니스 경비로 소득에서 제했다. 어린 버핏의 근면함과 치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15살 때는 친구와 중고 핀볼 머신을 사 이발소에 설치, 그 수익으로 몇 달 만에 3개로 늘린 일도 있다.
그가 투자하는 기업의 특징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한 수입이 있고 매년 매출이 늘며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미래의 기업’, ‘무한한 성장 가능성’ 운운하며 호들갑을 떠는 회사는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버크셔 해서웨이도 원래는 알짜배기 의류업체였던 것을 인수해 투자 그룹의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지금도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력업종은 보험, 가구, 진공 소제기 제조회사, 보석, 신발 제조회사, 코카콜라 등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이런 투자 철학 덕에 2000년 하이텍 버블 붕괴 때도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매년 빌 게이츠에 눌려 만년 2위를 하던 버핏이 올해 드디어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 총재산 620억 달러. 포브스지에 따르면 게이츠는 580억 달러로 작년에 비해 20억 달러가 늘었지만 100억 달러가 는 버핏이 그를 앞지른 것이다. 3위는 600억 달러를 가진 멕시코 재벌 카를로스 슬림이 차지했다.
올 세계 부자의 특징은 20위안에 든 미국인이 불과 4명으로 2년 전 10명에서 대폭 준 반면 인도는 10위안에 4명이 듦으로써 최다 부자 배출국의 영예를 안았다는 점이다. 10억 달러 이상 재산가는 러시아가 87명으로 59명의 독일을 추월,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세계 부의 흐름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 부자 가운데 버핏이 단연 돋보이는 것은 그의 검소한 생활 방식과 자선 활동 때문이다. 연봉 10만 달러를 받고 손수 차를 몰며 50년 전에 3만 달러를 주고 산 집에서 아직도 살고 있는 그는 셀폰도 컴퓨터도 없지만 2006년 빌과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300억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재산도 대부분 자선 단체에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명하게 벌어서 현명하게 쓰는 버핏이야말로 투자가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올바른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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