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태권도 사범 과로사“같은 고통 더이상 없길”
가족들 전재산 기부키로
청년의 꿈은 미국에 자신의 이름으로 태권도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청년에겐 많은 것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닦아온 태권도 4단의 실력, 그를 따르는 제자들, 밝고 명랑한 성격, 좋은 친구들, 탁월한 기타 솜씨, 자신의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 친구들과의 의리, 그 동안 쌓아온 신뢰, 어딜 가도 뒤지지 않을 성실함.
하지만 청년에겐 두 가지가 부족했다. 합법적인 체류신분과 건강보험이었다. 결국 이 두 가지가 청년이 품었던 청운의 꿈을 영원한 ‘꿈’으로 만들어버렸다.
오렌지카운티 태권도장에서 사범으로 후학 양성에 열심을 기울이던 정지형(36·사진)씨가 지난 2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11일 세리토스 연합감리교회(담임목사 오경환)에서 열린 정씨의 장례예배에는 타인종 제자들과 학부모를 비롯해 200여명의 지인들이 참석해 예기치 못한 정씨의 죽음을 애도했다.
정씨는 서류미비자였다. 보험이 없었다. 운전면허 만료기간은 다가오고…. 스트레스가 쌓였다. 교회를 통한 무료 건강검진 덕분에 혈압이 180까지 올라간다는 것을 알았다. 고민이 많아졌다.
그래도 웃었다. 밝은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때문에 정씨의 죽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난 2003년 태권도 예술단 자격으로 미국에 온 정씨는 이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회 활동도 열심히 했지만 불안정한 체류신분은 해결되지 않았다. 처음 면허를 땄던 시애틀에서는 체류신분을 묻지 않고 연장을 해준다는 말을 듣고 시애틀행 비행기에 올랐다. 무거운 짐 중 하나라도 덜어보려 했던 그날 밤, 정씨는 아무런 짐도 없는 하늘나라로 떠났다. 통장에 태권도장을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모아오던 9,000달러를 남긴 채.
한국에서 온 정씨의 가족들은 정씨가 출석하던 세리토스 연합감리교회와 은혜한인교회에 각4,000달러씩을, 정씨가 사범으로 있던 태권도장에 1,000달러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정씨의 둘째형 지홍씨는 “2003년 지형이를 본 게 마지막이었다”면서 “불법체류자로 외롭게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와보니 한인들과 유대감을 나누며 사랑받고 사랑하고 지냈다는 것을 알았다. 지형이를 사랑해 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뜻이자 동생을 기억해 줬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이같이 불행한 일이 없길 바라며 이곳에서 모은 돈을 이곳에 남기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12일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신분이 되어 5년 만에 그리운 땅, 고국으로 돌아갔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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