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에서 피살된 4명의 한인 입양아들은(본보 26일자 1면) 미국인 양부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것으로 밝혀져 미주 한인사회를 충격의 소용돌이로 몰아가고 있다.
아이오와 시티 경찰에 따르면 지난 24일 새벽 6시45분경 아이오와 시티 교외에 있는 스티븐 수펠(42)의 집에서 그의 부인 셔릴(42)과 한인 입양 자녀 이튼(10), 세스(7), 미라(5), 엘리너(3) 등 일가족이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 없던 수펠이 부인을 먼저 야구방망이로 때려 살해한 후 자녀들도 같은 방법으로 죽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펠은 부인을 살해한 후 차고에 세워둔 미니밴에 아이들을 태우고 차 시동을 걸어 배기가스를 이용해 질식사 시키려 했으며, 실패하자 아이들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차례로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집 안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야구 방망이 2개와 수펠의 유서를 발견했다.
범행 직후 수펠은 이날 새벽 6시31분경 911에 전화해 경찰이 즉시 출동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이로부터 약 6분 뒤 집에서 9마일 정도 떨어진 80번 고속도로 선상에서 운전 도중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차량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일으켜 현장에서 사망했다.
아이오와 경찰국은 25일 수사 경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부인 셔릴과 작은 아들 세스, 큰 딸 미라는 각각 침실에서 발견됐고 큰 아들 이튼은 거실에서 숨진 뒤 침실로 옮겨졌으며 막내 딸 엘리너는 놀이방에서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수펠이 부활절인 23일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 “가족들을 실망시켜 미안하다. 아내와 아이들이 천국에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을 확인, 이날 밤 살인극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한편 ‘힐스 뱅크 앤 트러스트’ 부행장이었던 수펠은 공금 횡령, 돈세탁 등 금융사기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고 마약도 복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행복해 보이는 가정의 이면에 사뭇 다른 점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수펠이 이와같은 처지를 비관해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경찰은 그가 23일 밤과 24일 적어도 두 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한 점을 확인,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법원에 제출된 기록에 따르면 ‘힐스 뱅크 앤 트러스트’로부터 총 56만달러를 횡령하거나 돈세탁한 혐의로 2월11일 기소당한 수펠은 지난 3년간 21만9,000달러를 빼내 썼다고 인정했으며 이 돈의 대부분을 코케인을 사는데 썼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2월20일 열린 예비심에서 무죄를 주장한 그는 25만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연방법원에서 4월21일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지역 사회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졌던 수펠 가족의 따뜻한 스토리도 알려지면서 한인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스티븐 수펠은 ‘아이오와 시티 호스피스’, ‘아이오와 시티 로날드 맥도날드’ 등 다수의 비영리단체에 기부를 해왔으며 부인 셔릴은 자녀들을 위해 교사직을 그만 둘 정도로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1990년 6월에 결혼한 이들 부부는 미혼모의 자녀로 태어난 아이들을 1998년, 1999년, 2002년, 2005년에 각각 입양했는데 첫째 이튼을 입양한 후 그가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에서 동생들을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펠 가족이 출석했던 ‘세인트 메리 가톨릭교회’의 케네스 쿤츠 신부는 “늘 다정하고 사랑이 많은 가정으로 보였던 수펠 가족은 부활절 미사에도 참석했었다”며 “수펠의 부모와 나머지 가족들 모두 큰 충격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수펠의 부모는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최근 아들의 모습에서 어떤 스트레스 증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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