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있거나 말거나 공공장소서 큰소리 떠들어
버지니아 센터빌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운동을 즐긴다. 마침 몇 년 전 집 가까운 곳에 종합 운동시설인 ‘라이프 타임’을 자주 찾고 있다.
그런데 증기 사우나(Steam Bath)에 들어갈 때 마다 은근히 불안해진다. 다른 한인들이 들어 올까봐 그렇다. 같은 한인이면서 남들을 차별하는 고약한 마음 때문이 아니라 옆에 있는 다른 이용자에게 실례를 범할까봐 그렇다.
“그리 넓지 않은 사우나실에서 얘기를 하면 소리가 울리기 때문에 생각보다 크게 들립니다. 그런데 한인들은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대화를 나눌 때가 많아요. 스팀이 나오기 시작하면 소음이 나니까 목소리는 더 커지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말을 참고 들어야 하는 미국인들이 속으로 얼마나 불편할까 생각하면 저도 불편해집니다. 제가 너무 소심한가요?”
한인들이 큰 소리로 떠드는 습관은 사우나에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니다. 공원이든 식당이든 아무 곳에서나 두 세 사람만 모이면 용감해지고 목소리가 커진다. 과거 내 앞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로 미국인들이 대화하며 웃거나 할 때 공연히 느꼈던 자격지심에 대한 복수라도 하는 것 같다.
목소리 큰 한인 문제를 조금 더 확대하면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지켜야할 룰과 에티켓에 대한 훈련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나게 된다. 일반이 모두 이용하는 공공장소라면 반드시 규칙이 있고 또 명시돼 있지 않아도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아야 할 ‘예절’이 있는 법인데 이상하게도 여럿이 모여 집단 심리가 발동하면 안하무인이 된다.
훨스쳐치에 소재한 노인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 조모씨의 건강 비결 중 하나는 수영이다. 일주일에 세 번 아침 일찍 일어나 남편과 수영장을 찾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나이가 있어 과격한 운동을 하지는 못해도 강사의 지시에 따라 물속에서 몸을 움직이다 보면 몸과 마음이 거뜬해진다. 서툰 영어기는 해도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나누는 교제도 재밌다. 수영장을 꾸준히 찾으면서 조 할머니가 발견한 사실이 있다.
“미국 노인들은 일찍 왔다고 해도 자기 순서가 되지 않으면 절대 물에 들어가지 않아요. 가만히 의자에 앉아 기다리다가 시간이 돼야 시작합니다. 또 그 시간이 수중 에어로빅 시간이기 때문에 절대 수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인들은 달라요. 미리 물에 들어가 첨벙거릴 때가 많습니다.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되지요. 나이 많은 노인들을 간섭할 수도 없고...”
생각이 있는 한인들은 “이젠 나보다 남을 배려하고 룰을 따라 천천히 해도 손해 보지 않는다는 여유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어떻게 해서든 남보다 많이 갖고 앞서 가야 행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살 때가 지났다는 말이다.
이젠 양 보다 질로 삶의 수준이 평가되는 세상에서 진정으로 행복하려면, 보다 품격 있는 한인 커뮤니티를 가꿔가려면 역설적인 성경 교훈처럼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위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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