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바가스와 그의 태양열 전지판 지붕.
이웃 간의 법정 대결을 야기한 삼나무.
두 이웃의 이야기는 ‘친환경 우화’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연료절약형 자동차 프리우스를 타는 한쪽 부부는 10여년 전부터 심기 시작한 8그루의 키 큰 삼나무(redwoods)를 아끼고 자랑스러워한다. 담장 건너 그들의 이웃은 그들이 첫 삼나무를 심은 지 5년 뒤 지붕에 태양열 전지판(solar panel)을 설치했다. 에너지 절약에 충실한 그 이웃은 전기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삼나무건, 참나무건, 꽃피는 과일나무건 어떤 나무도 형사법에 저촉된다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특히 친환경에 앞장서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선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남쪽 서니베일 주민 캐롤린 비셋과 리처드 트리노 부부의 뒷마당 삼나무들은 지난 달 주법을 위반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법정서 대결한 친환경 두 이웃 싸움, ‘태양’이 판정승
태양열 에너지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30년전 마련된 ‘솔라 쉐이드법’에 의해 나무가 태양열 지붕을 가릴 경우 나무는 ‘방해물’로 규정되어 소유주에게 하루 1,000달러의 벌금형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이법은 지난해 말 샌타클라라 카운티 법정이 8그루 삼나무 관련 재판에서 이들 부부에게 유죄판결을 내릴 때까지는 거의 사문화된 법이었다.
태양 대 삼나무의 대결은 지역 신문에 이어 CNN, Fox뉴스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적 화제를 모았다.
인근 팔로 알토 시공무원인 캐롤린 비셋(48)이 재혼한 남편 리처드와 어린시절 살던 서니베일의 집으로 돌아온 것은 90년대 중반이었다. 집 뒤편 체리과수원이 없어진 자리엔 대형 2층 주택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중 한 채는 캐롤린의 마당에서 불과 17피트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1993년 바로 그 집으로 이사 온 마크 바가스(38)는 3명의 자녀를 키우는 친환경주의자였다. 작은 뒷마당에 핫 텁을 설치했고 양지바른 뒤뜰엔 옥수수 밭을 가꾸었다.
두 이웃은 별로 왕래가 없었다. 96년 첫 3그루의 삼나무를 심은 캐롤린은 그후 5년동안 5그루를 더 심었다. 캐롤린의 나무들이 쑥쑥 자라는 만큼 바가스네 뒷마당엔 햇빛이 줄어들었고 옥수수들은 시들시들 죽어갔다.
2001년 집 지붕과 핫 텁 위에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한 바가스는 이웃에게 솔라 쉐이드법을 언급하며 삼나무들을 다 베어야 한다고 말했다. 말투가 아주 퉁명스러웠다고 이웃은 주장하지만 바가스는 공손하게 부탁했을 뿐 아니라 나무를 뽑아 옮겨 심는 비용까지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말했다고 반박한다.
“우린 태양열 에너지에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환경에는 나무도 태양열 못지않게 중요한 것 아닙니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상식과 균형감각이예요”라고 항의하는 캐롤린 부부는 삼나무로 둘러싸인 프라이버시에 너무나 만족해하며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기 원하는 중년부부다.
최근 식목재단에 250달러를 기부하는 등 누구보다 자연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바가스에게도 할 말은 많다. 현재 20~40피트 높이의 삼나무들은 그냥 두면 80피트 높이의 담장이 될 것이다. 그것을 15피트 높이로 낮추어달라는 부탁이 무리한 것이냐고 되묻는다. 그의 집 10킬로와트 솔라 시스템은 보통 주택용보다 3배나 큰 규모로 설치 이후 바가스네 5베드룸 주택의 전기요금은 1년에 60달러 정도다.
합의를 못 이루자 바가스는 샌타클라라 카운티 검찰로 이 문제를 들고갔고 캐롤린 부부는 주법위반으로 기소당했으며 지난해 말 카운티 수피리어코트의 커트 컴리 판사는 이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바가스의 완승은 아니었다. 8그루중 4, 5, 6번 나무는 솔라 패널 설치 당시는 작았으나 이제는 부쩍 자라 솔라패널 설치 지붕의 10% 이상을 가리므로 낮게 잘라야 한다고 명했지만 1, 2, 3번 나무들은 패널 설치당시 이미 그늘을 드리울 만큼 큰 나무였으므로 면제되었고 7, 8번 나무는 관계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컴리 판사는 “나무를 방해물이라고 정의하며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니…”라며 스스로도 찜찜해 했다.
재판비용으로 3만7,000달러나 썼다는 캐롤린 부부는 이제 돈이 없어 항소도 못하겠다고 씁쓸해 한다. 그들의 6번 삼나무가 15피트로 잘려지던 날 인근에는 구경꾼과 취재진들로 북적거렸다.
한편 캐롤린 부부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는 주 상원 조 스미티안 의원은 솔라패널 설치 이전에 심겨진 나무엔 ‘평화롭게 자랄 권리’를 허용하는 법안을 상정했는데 이달 중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태양열 보호법 (Solar Shade Act)
1978년 제리 브라운 주지사 시절 발효된 에너지 관련 법안이다. 당시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대체 에너지인 태양열 패널을 설치하는 주택소유주를 장려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그후 거의 활용되지 않아 기억 속에서 사라졌었다.
1979년 이후 심은 나무에만 적용되며 오전10시부터 오후2시 사이 이웃집 솔라 패널의 10% 이상에 그늘을 드리우는 것을 금하고 있다. 위반시 1일 1,000달러의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 솔라 패널 설치 이전에 심은 나무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단 설치 이전에 심었더라도 당시엔 작았던 나무가 설치 이후 자라면서 그늘을 드리우게 되면 ‘처벌’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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