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은 대학 합격통지서를 기다리던 12학년 학부모에게만 ‘잔인한 달’이 아니었다. 그들 못지않게 마음 졸였던 유치원(Kindergarten) 진학생의 부모들에게도 천당과 지옥 같았던 한 달이었다. 물론 그저 유치원이 아니다. ‘리틀 아이비리그’로 불리우는 초일류 사립 유치원들이다. 3월은 이들 유치원에서 합격여부를 알리는 통지서가 날아온 기간이다. 유치원들은 불합격자 부모들의 히스테리성 반응을 피하기 위해 부활절 직전 금요일 굿 프라이데이에 통지서를 받도록 발송하고 봄방학에 들어가 버린다. “그래서 엄마들이 그날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부른답니다”라고 행콕팍에 거주하는 엄마 체스니 힐은 말한다.
‘리틀 아이비리그’LA사립 유치원 입학경쟁률 10대1
등록금 2만달러선, 사설 입학상담도 시간당 350달러
유치원입학상담 전문회사인 ‘LA 스쿨 메이츠’의 컨설턴트 제이미 니센바움에 의하면 1년 등록금이 2만달러가 넘는 유치원의 지원자가 지난해에 비해 20%나 증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많아야 4~5곳 정도에 지원했었는데 지금은 7~8곳에 지원해 놓고도 안심이 안돼 공립에 갈 ‘각오’도 하고 있다.
“이제 겨우 11개월 된 아이를 가진 엄마가 기금모금 행사에 와서 입학사정 담당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경우도 보았지요. 이제는 형제자매가 다니고 있다 해서 입학 우선권을 주는 관례도 사라졌습니다”라고 니센바움은 전한다.
절박해진 부모들이 찾는 곳이 시간당 350달러를 받는 니센바움같은 사설 컨설턴트다. 이들은 여러 가지 ‘전략’을 코치하는데 부모가 작성하는 에세이, 녹음테입과 가족사진 보내기, 입학사정 담당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라떼 배달하기 등에서 가장 전통적인 방법인 학연, 지연 등 모든 인연을 동원하는 유명인사와의 관계 내세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입학원서에 ‘당신자녀의 장점과 단점을 쓰시오’라고 되어 있어도 서너 줄만 쓰는 것은 천부당만부당이다. 지원한 4개 유치원에서 모두 합격통지를 받은 한 엄마는 일생일대의 에세이를 작성했다고 한다. “내가 초고를 쓰고 남편이 고치고 내가 또 고치고, 남편이 또 고치고, 수없이 반복했지요”
너무 지나쳐도 안된다. 꼭 합격시켜달라는 아이의 애원을 담은 녹음테입과 액자에 넣은 아이 사진을 함께 보냈던 부모는 불합격통지를 받았다.
LA지역 유명사립학교들의 경우 입학경쟁률은 10대1에 이른다. 당연히 학생들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니 이 경쟁에 뛰어든 부모들의 스트레스와 고통 역시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악의 경험이었어요. 불합격 통지를 받은 후 난 울음을 터뜨렸지요. 내내 설사에 시달렸고 벽장 속에 숨어 정신이 없어질 때까지 술을 마시기도 했어요. 내가 내 아이의 일생을 그릇 친 것 같아 죽도록 괴로웠습니다”라고 웨스트우드의 한 엄마는 털어놓았다.
이 경쟁을 경험했던 엄마들은 LA의 일류 유치원 들어가기에 비하면 아이비리그 입학은 오히려 쉬운 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근거가 없지는 않다. 전국독립학교협회에 의하면 LA지역 사립학교 입학률은 34%에 머물러 있다. 전국 평균은 52%다.
많은 특권층 부모들이 선호하는 최고 사립중 하나인 웨스트할리웃 소재 센터 포 얼리 에듀케이션의 입학 디렉터는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20% 증가했다고 말한다. 모집 신입생은 16명인데 지원자는 178명이라는 것. 금년초 이 학교 교장이 간단한 수술을 받기위해 입원했었는데 수술직전 담당 마취의사가 한 말은 자기 아이의 입학부탁이었다.
학생 자신이 뛰어나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립유치원의 심사대상엔 가족전체가 포함된다. 유명인사만으로도 부족하고 돈만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10만달러 기부를 제의한 부모도, 초유명인사의 추천서를 첨부했거나 자신이 유명인사인 부모도 불합격 통지를 받은 예가 허다하다.
이런 현상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있다.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면서 일부 학교에선 완벽한 아이만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겁니까? 인조인간을 만들어 내자는 겁니까?”라고 한 교육자는 개탄했다.
LA 리틀아이비리그 톱 5
■Brentwood School
K-12학년까지. 킨더가튼엔 한반에 학생 15명씩 3개 반이 있다. 1년 등록금 2만2,500달러. 남부 프랑스 휴양지 같은 3.5에이커 캠퍼스를 자랑하며 체크무늬의 교복을 착용토록 한다.
12001 Sunset Blvd. L.A.
■Center for Early Education
K-6까지. 킨더가튼엔 한반에 학생 30명, 교사 3명씩 배치된 2개 반이 있다. 등록금 1만9,560달러. 할리웃 상류층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로 명사부모들의 신상이나 인맥관계에 대해 절대비밀을 보장해 준다. 멜로즈와 라시에네가 부근 도심 한 복판에 위치해 운동장은 건물옥상에 마련되어 있다.
563 N. Alfred St. West Hollywood
■Crossroads School
K-12까지. 킨더가튼엔 한반에 학생 26명, 교사 2명씩의 2개반이 있다. 등록금 2만2,30달러. 학생들은 교사의 퍼스트 네임을 부르며 교실 명칭은 숫자 대신 아인스타인, 프로스트, 미드 등 학자, 시인 등의 이름을 붙였다. 1714 21st St., Santa Monica
■John Thomas Dye School
K-6까지. 킨더가튼엔 한반에 학생 14명, 교사 2명씩 3개반이 있다. 등록금 2만850달러. 부모들이 원하는 전통적인 교육법을 실시한다. 학생들은 유니폼을 착용하고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교사들을 부를 땐 라스트 네임을 사용한다.
11414 Chalon Road, Bel-Air
■Oakwood School
K-12까지. 킨더가튼엔 한반에 학생 20명, 교사 2명씩의 2개반이 있다. 등록금 2만2,580달러. 우드브릿지 팍 숲 옆의 캠퍼스에서 서머캠프를 가진다.
11230 Moorpark St., North Holly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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