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한 할머니가 청승스럽게 ‘오빠 생각’을 부르자 모두들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화사한 봄기운이 서울로 간 오빠를 그리워하는 옛 소녀의 마음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애잔한 분위기는 이내 다음 노래로 씻어졌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에 이어 넉살좋은 할아버지가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구수하게 열창하자 저마다 어깨를 들썩이며 신명을 냈다.
애난데일에 소재한 에버그린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 어르신들에 19일은 오랜만에 봄 같이 따스한 날이었다. 이날 낮 이 아파트 친교실에서는 미주한인노인봉사회(회장 윤희균)와 한마음봉사단(회장 최영국)이 마련한 경로잔치가 열렸다.
잔치에는 이 아파트에 입주한 김정수 상록회장 등 한인 노인 180명이 참석, 점심과 함께 여흥을 즐겼다. 특히 여흥시간에는 한마음봉사단 회원들이 노래방 반주기 대신 직접 음악 반주를 맡아 더 흥겨운 시간을 엮어냈다. 올해로 창립 13년을 맞은 한마음봉사단은 매년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에서 두 차례 경로잔치를 열어온 숨은 봉사자들. 회원 중에는 악기 연주자들이 많아 이날도 최영국 회장이 색스폰, 김종찬 회원은 기타 반주를 맡았으며 김부한, 이상배, 김태석 회원은 ‘아마추어 가수’로 노인들의 흥을 돋웠다.
최영국 회장은 “생업에 바빠 자주는 못하지만 일년에 두 번 가량은 회원들이 외로운 노인들을 찾아 노래와 음악으로 즐겁게 해드리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미주한인노인봉사회에서는 윤희균 회장과 조 데레사, 이금순, 김귀선, 최민남씨 등 봉사위원들이 음식 서빙과 청소 등을 도맡아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노인봉사회는 지난해 추석에도 이 아파트에서 경로잔치를 베풀어주는 등 그동안 한인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윤희균 회장은 “올해에도 거리청소와 경로잔치 등 밝고 따뜻한 한인사회를 위해 노인들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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