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긴 아까운데… 그래서 돈주머니에 쌓이고 쌓이는 페니.
그러나 미조폐국은 페니가 유통하도록 연 1억3,000만달러를 들여 80억개씩 페니를 주조한다. 1센트 동전을 하나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1.7센트로 0.7센트씩 버리는 셈이다. 거스름돈을 계산하는데 드는 시간과 인건비만 연 10억달러로 추정된다.
200년에 걸친 물가상승으로 페니가 유명무실한 오늘날 그래도 미국인들이 페니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이 의외로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예비선거를 돌이켜 보면 미국은 대통령 후보를 참 희한하게 뽑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어떻게 민주당 선두주자로 부상했는가? 아이오와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0.3%포인트차로 존 에드워즈 의원에 밀려 3위에 그쳤기 때문으로 어떻게 보면 아이오와 유권자 720명이 판세를 좌우한 셈이다.
클린턴이 뉴햄프셔에서도 큰 표차로 밀릴 것으로 예상되자 언론에선 벌써 클린턴의 정치 부고를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약 7,500명의 뉴햄프셔 유권자들이 오바마 대신 클린턴을 밀어준 덕분에 민주당 경선은 현 시점에 이르렀다.
그러니 나머지 주들도 ‘먼저 선거하기’ 경쟁에 달려든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와중에 플로리다와 미시간 유권자들이 사실상 투표권을 잃는 불상사까지 벌어졌다. 물론 이번 2008년 경선은 모든 전문가들의 예측을 깨고 마지막까지 선거구 하나 하나가 모두 중요한 지구전이 됐지만 그러다보니 오바마와 클린턴만 지금까지 지출한 선거자금이 무려 3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차라리 11월 본선처럼 전국에서 한꺼번에 예비선거를 치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정당에서 자기 후보를 어떤 방식으로 선출하든 문제 삼을 것이 안 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미국 선거제도의 부조리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나타난다. 직접선거가 아니고 투표수를 선거인단수로 환산하므로 캘리포니아의 경우 할당된 선거인단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55명이지만 인구당 선거인단을 따지면 100만명당 1.5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반면 와이오밍은 100만명당 6.1명으로 각 유권자가 가주 유권자보다 4배나 더 가치 있는 셈이다.
지금도 간접선거 형식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페니가 사방에 나도는 이유와 같다. 바로 전통 때문에 아직도 워싱턴 DC 주민들은 연방의회에서 대변해주는 의원이 없고 그나마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도 1961년부터였다. 반면 와이오밍은 인구가 워싱턴 DC보다 적으면서 캘리포니아와 마찬가지로 2명의 상원의원을 둔 덕분에 정치적 이득을 보고 있다.
“한 사람에 한 표씩” 주어지는 대의 민주주의는 미국이 인류에 준 최고 선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오늘날 민주국가 가운데 각 사람의 표가 동등하지 않은 나라는 아마 미국이 유일할 것이다.
미국인들의 전통 사랑은 안정된 정치체제를 가능케 하지만 수십개의 페니를 세거나 선거시즌을 맞을 때마다 종종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우정아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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