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막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에린 최양의 가족들이 26일 장기기증 서약 캠페인 행사에서 에린 양의 사진을 들고 기도를 하고 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버지 빅터 최씨, 큰 딸 해나, 어머니 제니퍼 최씨, 아들 케일럽군. <박상혁 기자>
한인 두 가족 ‘가슴 뭉클’ 서약 캠페인
할머니와 다섯살 여아
하늘나라로 가며 숭고한 ‘생명의 기적’
“장기기증 서약은 생명을 선물하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생명을 기증하는 숭고한 뜻을 위한 활동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한인 가족들이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해 장기기증을 통해 4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고 떠난 김정연 할머니(당시 68세)와 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각막 기증으로 2명의 눈을 뜨게 해 준 에린 최(한국명 윤진)양의 가족들이 그 주인공.
이들은 캘리포니아 지역 장기 기증 비영리단체인 ‘원 레거시’(OneLegacy)가 26일 칼스테이트 풀러튼에서 개최한 연례 장기 기증 홍보 걷기·달리기 대회에서 6,000여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장기기증 서약의 고귀함을 알리고 서약 확산을 위한 캠페인에 뜻을 보탰다.
느닷없는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던 김정연씨는 장기기증을 통해 4명의 불치 환자들에게 제2의 생명을 주는 기적을 이뤘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어느 일요일, 다니던 교회 옆 산책로에서 지나던 자전거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뇌진탕을 일으켜 하루 만에 뇌사상태에 빠졌고, 평소 자신의 시신이 기증되기를 희망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들이 ‘원 레거시’를 통해 장기 기증을 결정, 북가주의 변호사 등 4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남겼던 것.
이에 앞서 지난 2006년 피어보지도 못한 채 세상과 작별한 에린 최양의 각막은 38세 남성과 47세 여성이 시력을 되찾게 해 다시 부활했다. 풀러튼 골든힐 초등학교에 다니던 최양은 노동절 연휴 때 친구집에 초대받아 놀러갔다가 수영장에서 뜻밖의 익사 사고를 당한 뒤 얼굴도 모르던 다른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는 세상에서의 마지막 선물을 남기고 갔다.
김씨와 최양의 가족들은 “장기 기증 서약이야말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널리 알리는 일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김씨의 남편 김재용씨는 “장기 기증은 생각도 못했었는데 집사람을 떠나보내면서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구체적으로 실천한다는 것이 바로 이거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장기 기증 서약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축복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 장기 기증자 가족들은 특히 한인들이 유교적 사고방식 등으로 장기 기증 서약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데 대해 안타까워하며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확산되기를 바랐다.
딸을 먼저 보낸 뒤 장기 기증 서약 홍보를 위한 자원봉사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최양의 부모 빅터·제니퍼 최씨 부부는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10만여명에 달하며 하루에 17명꼴로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다”며 “장기 기증 서약에 보다 많은 한인들이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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