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말 실용외교의 기수로 잘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4년 만에 영국을 방문했는데, 그의 방문이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가장 중요했던 이유 중 하나는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와의 정상회담 장소였다.
양국 정상회담은 극히 이례적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팀인 아스널 홈구장을 회담 장소로 선택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양국 국민들에게 정상간 화기애애함을 보여주고 그동안의 불편했던 양국 관계의 앙금을 털고자하는 새로운 관계모색으로 해석되었다.
이처럼 특별한 정상회담 장소는 국가 간 새로운 관계 모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외교는 부단히 국익 창출을 최우선시 하고 있음을 역력히 드러내는 사례인데, 이번 한미정상회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 대통령의 관심과 개인적 신뢰를 잘 반영하는 캠프 데이비드 별장의 첫 한미정상회담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렇듯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 간 현안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견 교환, 굳건한 한미동맹 재확인을 통한 새로운 관계 모색을 연출하기에 충분한 분위기와 환경이 제공되었음에 틀림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첫 번째 해외 순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빡빡한 일정을 CEO 출신의 대통령답게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 속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3월 초 “국익 앞에는 친미도 친중도 없다”는 자신의 말에도 잘 피력되었듯이, 동북아에서 세계로 글로벌 외교, 국제사회 기여로 발언권 확대, 이념보다 실용주의를 앞세운 대북관계 정립 등에 바탕을 둔 창조적 실용주의 외교안보정책은 이번 한미정상 회담의 성과에 잘 부각되었다.
단연코 한미관계는 어떤 형태로든 양국의 국익을 고려한 성숙한 ‘주고 받는’(give and take) 동맹을 지향하고 있음을 역력히 드러낸 회담으로 간주되는 대목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포괄적 상호보완적 동맹의 새로운 정립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가치동맹, 신뢰 동맹, 평화구축 동맹으로 축약되는 ‘21세기 전략적 동맹’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따라서 실천적인 측면에서 이 대통령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21세기에 걸 맞는 동맹관계를 지향하고 있음을 피력했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합의 조치는 다양했다. 예를 들면 양국이 연내 타결을 목표로 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의 조기 추진과 그에 따른 쇠고기 전면 개방 수용을 통한 경제동맹의 자리매김을 들 수 있다.
아울러 주목할 만한 성과는 대북정책에서 보여준 한미 양국 간 이견 해소에 있다. 즉 북핵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구상을 부시 대통령은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향후 한미양국은 서로에게 필요한 사안에 대해 협의한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성과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를 유지해 나갈 대화창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양국의 현안과제로 부각되는 주요 이슈인 한국군의 아프간 경찰훈련요원 파견, 이라크 파병 연장 방위비 상향분담 요구 미국이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사업(MD) 참여,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우리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꾸준히 협의할 과제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해 양국은 관계 장관급 회의를 통해 전략적 동맹관계로의 발전 방안에 대한 실천 방안 모색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장차관급 전략대화(SCAP)를 정례화하고 국방장관급 안보협의회(SCM)를 중심으로 다양한 협의체 가동을 지속화시킴으로써 합의 도출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로써 오는 7월로 예정된 부시대통령의 방한에 따른 제2차 서울 한미정상회담은 향후 양국 간의 미해결 현안 이슈에 대한 새로운 물꼬를 트고 적절한 방안 모색을 통한 전략적 동맹관계의 선언이자 동시에 미래 한미동맹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중대한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윤영미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평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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