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시대’ 아름다운 금혼식
이번 주말 대전여고 동문들은 보기 특별한 잔치 하나를 연다. 어쩌면 동문회에서 다시 마련하기 어려운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자리다.
18일 저녁 6시 한성옥. 워싱턴 지역에 거주하는 대전여고 동문들은 대선배이면서 맏언니로 후배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이용정 동문(14회)과 오광섭 목사의 결혼 50주년을 축하해주기로 했다.
소위 황혼 이혼이라는 어색한 조어들이 더 이상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삭막한 세상.
50년을 함께 살았다는 부부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질 만큼 현대인의 생각은 왜곡됐다. 백년해로하는 부부의 모습은 박물관에서나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자조적으로 말할 만큼 세태는 구겨졌다.
“군목 훈련을 마치고 육군 중위로 임관할 당시 잠깐 집에 들르게 됐는데 충남 강경성결교회를 담임하시던 윤반인 목사가 ‘논산감리교회’를 한 번 왔다 가라는 겁니다. 좋은 규수가 있다는 거예요. 논산감리교회의 김기동 목사도 두 사람이 잘 맞는다고 자꾸 권유하시고... 그렇게 알게 된 아가씨와 얼마 뒤 결혼했지요 뭐.”
사뭇 싱거운 얘기다. 두 사람의 만남에 남들의 흥미를 끌만한 독특한 인연이나 계기는 없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 말대로 주일학교 선생에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던 아가씨는 신앙이 좋았고 나무랄 곳이 많지 않았다.
오 목사는 “아내가 어려울 때도 잘 참고 견디며 내조를 해줘 목회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목회자에게는 농담처럼 회자되는 말이 있다. 항상 설교 준비, 이사 준비, 죽을 준비를 해야한다는 금언이다. 오 목사의 삶도 비슷했다. 25세부터 군목으로 7년을 보내고 서울서 11년간 목회한 후 1976년 일본 선교사로 파송받아 3년 반을 있었다.
미국으로 건너온 것은 80년 1월. 원래 성결교단(서울신학대학 졸업) 출신이었지만 장로교 초청이었다.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뉴올리언즈에서 5년을 보냈다. 오 목사의 마지막 사역지는 버지니아제일장로교회로, 15년간 담임한 후 2002년 10월 은퇴했으니 정석처럼 목회자 인생을 살아온 셈이다.
변화와 굴곡이 없을 수 없는 삶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비결은 다른게 아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이지만 목회자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진실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세상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앞서 가려고만 하면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교회가 작아도 내 사명이다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종에게 하나님은 축복하십니다.”
74세 동갑나기로 허리 꺾인 100년을 부부가 해로한 이유도 비슷하다. “살다보면 맞지 않을 때가 있지요. 그래도 서로 사랑해 주고, 인내하고...”
가족들이 마련해 주는 진짜(?) 오 목사 부부의 금혼식은 오는 12월 캘리포니아의 큰 딸 집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은 시카고에 사는 큰 아들, 뉴올리언스에 있는 둘째딸, 워싱턴에 거주하는 둘째 아들 식구 모두가 모인다는 의미에서 오 목사 부부에게 가장 기쁜 날이 될 것 같다.
워싱턴에서 목회하면서 교회협 회장, PC-USA 중대서양 노회 회장 등을 지냈던 오 목사는 설교 초청이 없으면 아내와 함께 운동 삼아 골프를 치며 모처럼 찾아온 여유를 즐기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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