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 지음
‘암스테르담’의 저자는 영화 ‘어톤먼트’(atonement)의 원작 소설인 ‘속죄’를 쓴 이언 매큐언이다. 암스테르담은 그의 98년작으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영국의 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언 매큐언의 작품은 형식적으로 매우 잘 짜여져 있지만 특히 이 작품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편의 연극을 연상케 한다. 그의 작품은 현대문학이 다루는 주요 주제를 다루어 왔지만 특히 도덕성의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룬다. 도덕성이라고 말하면 흔히 말하듯 도덕성의 회복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에 절대성을 부여했을 때 생겨나는 비극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다. ‘속죄’에서는 13살의 소녀가 단편적 사실만으로 한 남자의 도덕성을 규탄하고 그를 파멸에 이르게 한다. 어려서 잘 몰랐고 그러기에 오해를 했던 것인데, 이 오해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암스테르담’에서는 겉으론 아무 이상 없어 보이는 성공한 두 남자의 도덕성이 사소한 오해로 인해 얼마나 쉽게 부서지는지 고발한다. 한 여자를 함께 사랑한 둘도 없는 친구 클라이브와 버넌은 각각 저명한 작곡가로, 권위 있는 일간지 편집국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모든 것의 발단이 된 것은 그들이 사랑했던 몰리가 죽으면서 남긴 사진 몇 장이었다. 죽은 그녀의 남편 집에서 그녀의 정부인 외무장관 가머니의 은밀한 사진이 발견된다. 판매 부수가 곤두박질치는 신문을 구하기 위해 버넌은 이사진을 신문에 싣고자 하지만, 클라이브는 그것이 황색 저널리즘이며 몰리를 욕되게 할 뿐이라고 강하게 비난한다. 두 친구의 우정은 순식간에 위태로워진다.
한편 밀레니엄 교향곡 작곡이 벽에 부딪히자 클라이브는 산행을 떠난다. 외진 산속에서 그는 한 남자에게 위협을 당하는 여자를 목격하지만 작곡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못 본 척한다. 이를 안 버넌 역시 클라이브의 도덕성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다. 서로의 도덕성을 단죄하려는 그들의 우정은 파국을 맞으며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우리는 가끔 나의 잣대로 타인의 도덕성을 재고 이를 단죄하려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언 매큐언은 특히 이것이 사적인 관계에서 얼마나 파국적일 수 있는지를 한편의 심리 스릴러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형열 (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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