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헌법이 규정하는 대통령 후보 자격은 매우 간단하다. 대통령 후보는 ‘35세 이상, 미국 태생, 12년 국내 거주자라야 한다’가 전부이다.
1787년 헌법 제정 시 평균수명 45세를 감안한다면 35세는 오늘날 중년을 훨씬 넘는 나이다. 국가 원수는 순수 토종 인물이어야 한다는 텃세 고집으로 미국태생이라는 조건이 생겨난 것이며, 12년 국내거주자 조건은 국내 장기간 거주자라야 국가적 이슈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애국심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작용한 것이었다. 성별, 인종, 교육, 종교, 지역 출신 같은 것에 대한 조건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200여 년 동안 영국계통과 북유럽 출신의 신교 백인 남성만이 미국 대통령직을 독점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 민주당 대통령 예선은 혁명적인 사건이다. 전례 없는 여성 후보와 흑인 후보가 장장 5개월간 경쟁을 벌여오다 흑인 버락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후보지명자가 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정치 성공의 열쇠는 사상, 사람, 돈 세 가지에 달려있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는 이 세가지 요소가 적절히 충족되었다.
오바마는 자기의 정치 노선을 ‘변화’ 추구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기 전 ‘희망의 대담성’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통해 자기 자신을 세상에 먼저 알렸다. 희망을 갖는 게 뭐 그리 대단해서 대담성까지 내세우는 가 하겠지만 오바마로서는 그게 아니었다. 아프리카 출신 흑인 아버지는 오바마가 2살 때 가족을 떠나고 백인 어머니도 재혼해 외국에서 살게 되면서 외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흑 인 청년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정상까지 도달할 희망을 가져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백정이 상전자리를 상상해 보는 것만큼이나 무모하다.
그러나 희망을 가질 용기를 내니 현실은 변화될 수 있다는 신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이 신념을 자신의 포부와 욕심에 서 정치사회적 변화에 접목하면서 ‘변화’ 를 자기 정치 이념으로 발전시켰다. 여기 에 현실을 가장 답답해하는 젊은이들, 지식인들, 흑인들에게 대대적인 호응을 얻게 되면서 그의 지지층으로 규합하는 데 성공하였다.
시대적 바람도 한몫 했다. 오바마 지지층이 ‘유 튜브’나 블로그에 익숙한 e-시대 층이다 보니 인터넷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단단한 결속력을 이룰 수 있었고 이를 통한 선거자금 모으기에도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오바마가 희망을 갖는 용기를 갖게 된 것은 그의 개인적 자질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다. 미국사회의 변천 과정에 힘 얻은 바 적지 않다. 소수인종 인권 신장, 기회 균등의 확대, 소수인종 특혜 프로그램, 교육장려 등이 복합적으로 가져온 사회개혁의 힘도 많은 역할을 하였다.
오바마는 이제 본선부터 또 다른 시작이다. 백인 여성 유권자들, 저소득 블루칼라 계층들의 지지를 얻어 내는 숙제가 남아있다.
그런가 하면 역사적인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다 해도 자기 소신대로 개혁정책을 펴 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너무 많은 족쇄들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관료제, 이익 집단들의 저항 등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새 중동 정책을 펼치고 싶어도 막대한 유대인 권력 단체들이 앞을 가로 막을 것 이다.
그러나 흑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 상징성과 분위기 전환만으로도 내외 여파가 대단할 것이 다. 엘리트 교육을 받은 흑인 대통령과 역시 엘리트인 흑인 여성을 영부인으로 맞는 백악관이 주는 상징적 가치는 상당할 것이다. 민주, 평등, 자유라는 미국의 가치를 온 세계에 자랑하는 상징으로 내 놓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차만재
캘스테이트
프레스노 정치학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