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주연희 무용 외길 50년 기념공연’
이벨극장 무대를 맨발로 종횡무진 뛰고 돌며 춤추는 저 여인이 과연 나이 70의 ‘할머니’가 맞는 것일까, 내내 경이와 감동으로 눈길을 떼지 못했던 공연이었다.
관객들도 여기저기서 수군댔다. “환갑이 넘었다며?” “환갑이 뭐야, 칠순이래” “군살 하나 없는 저 몸매 좀 봐” “정말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이 안 되는 공연이었다. 그러니까 50년을 매일 춤을 추면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인지, 그런데 50년을 매일 춤을 춘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실제로 그런 사람이 주연희 교수 외에 또 있기나 한지, 여러 가지가 놀랍고 또 특별한 무대였다.
주 교수는 공연 바로 전까지도 전혀 긴장한 모습이 아니었다. 50주년 공연이면 많이 신경 쓰일 만도 한데, 그녀는 “늘 추던 대로 추는 것”이라며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마도 50년 한 우물을 파고 외길을 걷는다는 의미는 이제 어떤 것도 특별날 것이 없는, 오늘과 내일이 한결같고 평온한 것인지도 모른다.
영원한 무용가 주연희는 2시간 동안 계속된 이날 공연에서 독무 5개 포함해 7개 작품을 소화하며 무대를 휘어잡았다. ‘안개’ ‘꿈의 아잔타’ ‘낙화’ ‘마리화나’ ‘나같은 죄인 살리신’ 모두 스토리가 있는 작품들이라 감성적이고 생명력이 넘치는 공연이었다. 특히 마약의 위험성을 온 몸으로 고발한 작품 ‘마리화나’에서는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들에게 꽃을 던지는 상징적 행위와 함께 불꽃같은 춤을 추었고, 장사익의 노래에 맞춘 ‘낙화’에서는 한국 전통무용의 사위가 가미된 율동과 리듬으로 한이 서린 춤을 추었다.
춤추는 그녀의 손과 발, 팔과 다리, 어깨, 가슴, 등, 배는 단단한 근육으로 아름다운 선을 이루었다. 관절 마디마디가 움직이며 보여주는 몸짓은 자유롭고 우아하며 서정이 넘쳐흘렀다.
함께 호흡을 맞춘 유니 모던댄스 스튜디오 댄서들(크리스틴 리, 조이스 최, 줄리 홍, 제니 트카치)도 수준 높은 공연을 펼쳐보였다.
공연 사이사이에 비디오 영상으로 지난 활동들이 소개됐다. 87년과 92년의 대한민국 무용제 안무상 수상작품들, 전국무용제 대통령상 수상작품 ‘백두대간’, 40주년 공연 인터뷰 등을 통해 주교수가 평생 추어온 춤의 발자취와 함께 한국 현대무용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관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숨죽인 채 노무용수의 춤을 지켜보았고, 마지막에는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했다. 주연희 교수는 답례 인사말을 통해 “무대에서 춤을 추다가 죽고 싶다”고 했다. 55주년 공연도 갖고 싶다는 그녀의 삶이 지금처럼 매일 춤으로 이어지기를, 한국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현대무용가로서 무대에 오른 최장수 기록을 세워주기를 기대해 본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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